2023. 04. 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FA 이적생 노진혁의 맹타를 앞세워 KIA 타이거즈를 잡았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7-5로 재역전승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시즌 6승 7패를 거둬 승률 5할 회복에 다가섰다.
KIA는 5연패 늪에 빠져 3승 9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 롯데 이적 후 첫 홈런을 치고 김평호 코치와 하이파이브 하는 노진혁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번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노진혁은 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1득점으로 활약해 팀 승리에 앞장섰다.
노진혁이 한 경기에 5타점 이상 수확한 건 NC에서 뛰던 때인 2020년 10월 15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 이후 915일 만이다.
경기 초반 신바람을 낸 쪽은 롯데다.
롯데는 2회 말 선두타자 안치홍의 단타와 노진혁의 2점 홈런으로 먼저 앞서갔다.
노진혁은 KIA 선발 숀 앤더슨의 시속 136㎞ 높은 슬라이더를 공략해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을 쏘아 올렸다.
노진혁의 시즌 1호 홈런이자, 롯데 이적 후 첫 홈런이다.
▲ 롯데 전준우의 시즌 2호 홈런 / 롯데 자이언츠 제공
3회 말에는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전준우가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렸다.
전준우는 노진혁과 마찬가지로 앤더슨의 시속 137㎞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때려 비거리 125m짜리 홈런을 만들었다.
전준우의 홈런 직후 안치홍이 좌익수 쪽 2루타로 분위기를 이어갔고, 노진혁이 우익수 쪽 적시타를 터트려 점수는 4-0까지 벌어졌다.
무기력하던 KIA 타선은 5회 초 5점을 내 경기를 뒤집었다.
볼넷 2개와 내야 땅볼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이창진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기는 듯했지만, 황대인과 최형우의 연속 적시타로 3-4로 따라간 KIA는 2사 2, 3루 김선빈 타석에서 상대 선발 박세웅의 폭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선빈이 중견수 앞 적시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4-5로 역전했다.
KIA 타선이 한 이닝에 5점 이상 낸 건 2일 인천 SSG 랜더스전 4회 6득점 이후 91이닝 만이다.
롯데는 KIA 불펜을 공략해 7회 말 재역전했다.
1사 후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로 만루 기회를 잡은 롯데는 전준우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안타 하나 없이 5-5 동점을 만들었다.
노진혁은 2사 만루에 이날 경기 네 번째 타석에 섰다. KIA 벤치는 2사 2, 3루에서 안치홍을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고 노진혁과 대결을 선택했다. 안치홍의 볼넷으로 베이스를 꽉 채운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노진혁은 우익수 쪽으로 2타점 결승 2루타를 터트려 롯데에 승리를 선사했다.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로 '검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노진혁은 실제로는 투쟁심이 철철 넘치는 뜨거운 선수다.
여기서 우익수 쪽 쏜살같은 타구를 날려 2타점 결승 2루타를 작렬한 노진혁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 (안)치홍이나 저나 타격감이 좋았다. 저와 대결을 선택하기에 '본때를 한 번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본때를 보여줘서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이날까지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노진혁은 "매일 안타를 하나씩 쳐서 임팩트는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임팩트 있는 타격을 보여줘서 기분 좋다"면서 "홈런이 안 나와서 조급한 마음도 있었는데 드디어 하나 터졌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자주 넘기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 타격 연습할 때도 사직구장에서 잘 못 넘겼는데, 오늘 경기에서 넘긴 게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 주전 유격수 노진혁은 주전 3루수 한동희의 '정신력 관리'도 담당한다.
한동희의 라커룸 바로 옆자리라는 노진혁은 "동희만 좀 맞으면 우리가 잘될 거 같은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그래서 제가 옆에서 다독여주고 이끌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이대호가 은퇴한 뒤, 한동희는 롯데 타선을 이끌 후계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부담 때문인지 이번 시즌 그는 타율 0.143(42타수 6안타)에 그치고 있다.
노진혁은 "자꾸 약한 소리를 하기에 '정신 차려라'라고 말해준다. (정신력부터)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워낙 잘해왔던 선수니, 지금 조금 성적이 안 나와도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를 믿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롯데는 박세웅 이후 6회부터 김진욱(1⅓이닝 무실점) 김상수(1이닝 무실점) 구승민(⅔이닝 무실점) 김원중(1⅓이닝 무실점)이 4이닝을 틀어막고 재역전승을 지켰다. 김상수가 승리 투수가 됐고 김진욱은 아웃카운트 4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재역전승에 주춧돌을 놓았다.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은 “박세웅 선수가 4이닝을 강하게 막았지만, 5회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5회를 끝까지 마무리 못했다”라면서 “김진욱 선수가 오늘 첫 불펜투수로 나와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어서 이후 타자들이 힘을 얻고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김원중 선수가 승리를 위해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아주는 피칭을 해줌으로써 팀이 필요한 세이브를 올렸다. 한 주의 시작을 승리로 시작하여 앞으로도 기분좋게 이어가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김진욱이 터지면 롯데는 무서워진다
2023시즌 롯데에는 2개의 아직 풀지 못한 퍼즐이 있다. 최준용(22·롯데)과 김진욱(20·롯데)이다.
두 명은 현재 롯데의 유망주 군 중에서도 최대어 급이다. 무조건 살려서 팀의 주축으로 써야하는 선수들이다. 이 말은 두 명이 한 축을 잡아주면 롯데의 전력이 완성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팬들도, 구단도 간절히 바라는 시나리오다.
▲ 김진욱이 기아와의 경기에서 1.1이닝 4타자 전원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 연합뉴스
김진욱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롯데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진욱은 4월 18일 기아와의 홈 경기에 박세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동안 1볼넷에 탈삼진 4개를 뺏어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2사에서 박세웅을 구원 등판한 김진욱은 이우성을 3개의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며 삼진으로 잡아냈다. 스피드가 매우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높은 타점에서 찍어누르는 질감 좋은 포심이었다.
6회에는 변화구를 섞었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적절히 배합했다. 비록 류지혁에게 3-2에서 커브를 던지다가 볼넷을 내주기는 했지만,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전체적으로 제구도 안정적이었고, 마운드에서의 표정도 밝았다.
김진욱의 강점은 높은 타점이 부드럽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포심과 비슷한 타점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각이 큰 커브는 쉽게 쳐내기 쉽지 않다. 연투 능력도 있는 선수이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다.
고교 1학년 황금사자기 당시 예선 첫 경기에서 명문 충암고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을 하며 일약 고교 무대에 데뷔했다. 그때 상대팀 투수가 오늘 선발 등판했던 동기 강효종(20·LG)이었다. 강릉고가 전국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 쯤이었다. 그 이후 강릉고의 전국대회 첫 우승(대통령배)을 이끌었고, 2차지명 전체 1번으로 롯데에 입성했다.
▲ 김진욱은 고교 2학년 당시 이미 초고교급 투수로 인정받았다 / 뉴스1
하지만 입단 후 뭔가 풀리지 않았다. 분명히 잘 될 것이라고 모두가 믿었지만,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나 최근 아주 조금씩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비록 짧은 이닝이기는 하지만 좋은 기억이 차츰 차츰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무실점의 빈도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4월 18일 KIA와 롯데의 경기는 사실상 왼손 셋업맨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팀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올라온 김진욱은 분위기를 끊어줬고, 앞선 상황에서 올라온 김대유는 볼넷을 무려 3개나 허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물론, 김진욱은 최근 무실점으로 막아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성에 차지 않는다. 팬들이 기대한 김진욱의 기대치는 훨씬 높은 곳에 있기때문이다 .
만약, 김진욱이 살아난다는 가정을 하면 롯데는 무서워진다. 김진욱은 그냥 왼손 불펜이 아니다. 고2 당시에 최동원상을 수상 했던 그런 포텐을 머금은 선수다.
롯데의 오늘 1승이 1승 이상의 값어치를 갖는 이유다.
이대호 기자 4bun@yna.co.kr
+ 전상일 기자 js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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