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자동차 노조나 전교조, 그리고 민주노총 등의 행태에 대해 말들이 많다.
노동조합이 노동운동보다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이 많고, 툭하면 집단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늘 나서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 한미FTA 반대 투쟁, 반미투쟁 등은 결코 노동운동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사회적 강자인 경영자와 맞설 수 있는 길은 단체행동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어디까지나 노동자들의 이익과 복지를 위한 일에만 관심을 가져야지 더 넓은 부분으로 진출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노동운동이 아니라 사회·정치운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현대자동차 노조나 전교조, 민주노총 등에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만약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나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집단행동을 한다면 어떨까? 불우이웃 돕기 연탄배달, 어려운 환자 돕기 헌혈운동, 소년소녀 가장 돕기 모금 등 우리가 상상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 일들은 분명히 노동운동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이익과 복지를 위한 집단행동은 결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비난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나부터도…
왜 일까?
분명히 그들은 노동조합의 존재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했는데, 분명히 그들은 노동자들의 이익과는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 집단행동을 했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라서? 사회적 합의가 무엇인가? 그들이 미선이·효순이 사태를 기화로 하여 반미운동을 벌일 때 그들의 눈에 보였던 전국의 수많은 인파들에서 그들은 분명히 사회적 합의를 느꼈을 것이다. 36.6% 찬성이 나머지의 반대를 이기고 사회적 합의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것이기 사회이기 때문에 그것은 답이 아닐 것이다.
반사회적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럼 반사회적은 무엇인가? 그들이 농민들 다 죽이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반사회적은 아닌 것 같으니 그 말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오늘 TV에 미담(美談)으로 소개된 어느 회사 노동조합의 행동도 그런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박봉의 노조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지역사회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영어캠프를 열어주었다는 것 같았다.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참 이상한 일이다. 노조의 본분을 일탈(逸脫)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집단행동을 벌였는데 왜 이것은 미담인가?
혹시 수구꼴통들의 눈에만 미담으로 보였던 것은 아닌가? 혹시 내일 아침 조중동에 '노조의 미담', '노조의 사회 헌신' 등으로 박스기사가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제발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명박이 "애를 낳아 본 사람이라야… 운운" 했다가 바로 "그럼 군대를 안 갔다온… 운운"의 반격을 받았던 것처럼 그런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까봐서이다.
사회를 위해 어려운 행동을 한 그 노동조합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극구 칭찬하다가 더 큰 반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해 보는 소리다.
제발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렇듯 미담을 보고도 걱정을 해야 하는 서글픈 경우가 있기에 해보는 생각이다.
2007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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