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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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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교육을 할 때마다 교육대상자에 따라 재미있는 현상을 느낄 수가 있다.

 

강의 시작 전 교육을 받으러 온 교사들이 뒷자리에서부터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앞에서부터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전자는 공교육 교사들이고, 후자는 사교육 교사들이다. 왜 그럴까?

 

나는 공교육 교사들이 사교육 교사들에 비해 공부를 더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정말 왜 그럴까?

 

그건 그들이 강의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교육 교사들은 자기들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반면, 사교육 교사들은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본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교사는 본인이 더 배워야 할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교육 교사들은 항변(抗辯)한다. 이미 교육 내용을 다 알아버려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과 아무리 들어도 내용을 몰라 재미 없어하는 아이들을 한 반에 놓고 강의해야 하고, 또 진도(進度)라는 틀 속에서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맞춤식 강의는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가서 공부한다는 말도 나오고, 우리 학교 학생들의 진학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 근처의 학원이 별 볼일 없기 때문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두드리고 싶은 얘기는 거창하게 평준화 교육이니, 공교육의 위기니 하는 그런 말은 아니다.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한 마디 해보고 싶어 침침한 눈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가르치는 것만 가르치고 나면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듯 보인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국민을 위해…", "국민의 뜻에 따라…" 하면서 국민맞춤식 정치를 하겠다고 목에 핏대를 올린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기들이 하고 싶은 정치를 해가며 국민의 뜻은 잊어버리고 만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도 그랬다. 수많은 말을 가만히 분석해 보면 "국민이 나를 몰라준다"는 것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이 역시 왜 내가 가르치려는 것은 외면하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꼴통들의 말만 듣느냐는 것으로 공교육 교사들의 입장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엊그제 법원에서 담배가 폐암과 필연적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랬더니 오늘 뉴스에는 담뱃갑에 좀 더 강한 금연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담배가 해롭고 해롭지 않고를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판결문에도 나왔듯이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본인이 판단할 일이라는 것이다. 아직 담배가 몸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간접흡연… 물론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 연기 한 번에는 담배 한 갑 이상의 해로움이 있다는 사실에는 왜 말이 없는가? 자동차 진입금지구역을 금연구역처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엌에서 기름을 태우며 요리하는 주부들이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은 알면서 왜 금지하자는 캠페인은 없는가. 프라이팬마다 '금유(禁油)!'라고 써 붙이고, 길거리마다 식당마다 그 폐해(弊害)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담배는 피우지 않고 자동차는 타고 다니기 때문인가? 기름에 익힌 음식은 안 먹을 수 없기 때문인가?

 

담배를 피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국민이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을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다. 공교육이 시원찮으면 사교육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공정치(公政治)가 싫다고, 공행정(公行政)이 싫다고 사정치, 사행정을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정치, 좋은 행정을 찾아 이민 가도록, 기러기 가족이 되도록 만드는 공정치, 공행정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07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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