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02. 22
"여기 와 보니까 그걸 더 느끼겠어. 일본 친구들은 말이야, 치고 뛰고 이것만이 야구가 아니야. 특히 전력분석에 대한 부분은 엄청나. 규모도 그렇고 장비는 물론이고 시스템도 그렇고…. 우리도 전력분석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와 육성이 필요해."
흔히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은 '스코어러'라고 불리는 구단 전력분석 요원들이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해부한다. 일본 야구를 2년 경험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팀을 옮기면서 "가장 먼저 구단에 부탁한 것이 상대할 투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놓은 자료"라고 말할 정도로 그 분석은 치밀하고 철저하며 정확하다. 데이터는 선수가 마운드에서, 타석에서, 자신의 수비 위치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기량의 품질과 수준을 높여주는 '뜀틀'이 된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활약했던 선동열(삼성 감독) WBC 투수코치는 2004년 말 삼성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변화를 준 부분이 선수단의 몸관리를 도와주는 트레이닝코치를 일본에서 영입한 것이었다. 선 감독은 일본에서 현역으로 뛸 때 트레이닝코치가 팀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들의 앞선 몸관리 시스템과 노하우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선 감독은 하나마쓰 트레이닝코치를 영입했다. 그 효과를 톡톡히 본 삼성은 지난해 특별한 부상선수 없이 시즌을 꾸려나가 결국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선 감독은 "올해 괌에서 선수들에게 좀 무리다 싶을 정도로 강한 체력훈련을 시켰다. 그 부분도 하나마쓰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효과는 올해 여름 이후에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인식 감독이 지적한 전력분석의 중요성, 그리고 선동열 감독이 주장하는 트레이닝코치의 중요성은 '던지고, 치고, 뛰는 것만' 생각하는 야구에서 벗어나 한 단계 수준 높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무언지를 시사한다. 그리고 그런 자각은 더 큰 무대, 더 높은 수준을 접하고 느낄 때 가능해진다. 그래서 배움이 중요하고, 지식이 중요하다.
WBC 대회는 비단 세계 야구 챔피언을 뽑는 국가대항전에 그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최고수들이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가진 곳에서 게임을 치른다. 그 무대에서 한국 야구는 선진 야구의 시스템과 노하우,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내고 배워야 한다. 그래야 '비전'이 커진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는가.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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