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90. 서울 인구폭발의 주범 압구정 3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4. 23:09

본문

한명회가 한강변에 지은 정자 압구정(狎鷗亭)이 외교문제로 비화된 계기는 아주 간단했다.

 

“조선에 있는 한명회가 한강변에 끝내주는 정자를 지었다 해! 경치가 죽여준다는 소문이다 해!”

 

“그런가? 이번에 조선에 사신으로 가면 그 압구정이란 곳에 한번 가봐야겠다 해!”

 

성종12년 6월…정동이 조선으로 사신으로 오게 되었다.

 

“어이구, 오셨수? 저번에는 내가 대접을 잘 받았는데…이번에 내가 압구정에서 한번 쏠께!”

 

“한대감, 네 압구정이 그렇게 좋다면서? 내 소문 듣고 찾아온 거 다 해!”

 

“좋기는…요즘 진짜는 청담동쪽으로 다 넘어갔지만…. 뭐, 그래도 압구정인데, 오케이 내가 거하게 한번 쏘지!”

 

한껏 기분이 UP 된 한명회, 중국 사신이 와서까지 보고 싶다는 그 압구정! 한명회는 여기에 자신의 권위도 같이 UP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시기…중국 사신이 말임다. 제가 부득불 말렸는데도, 압구정에서 한번 놀아보겠다고 해서요. 저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말임다. 이게 또 국가 외교가 걸린 일이라서 말임다.”

 

“어쩌라고?”

 

“그러니까 말임다. 아무리 럭셔리한 정자라지만, 여기서 잔치를 하려면 좀 비좁아서….”

 

“결론이 뭔데?”

 

“거시기 그러니까, 궁에서 쓰는 차일(遮日 : 한마디로 파라솔이라고 보면 된다)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요?”

 

한명회의 요구…한마디로 왕이 쓰는 차일을 빌려달라는 소리다. 왕도 자신에게는 한수 접어둔다는 걸 사신에게 보여주고픈 한명회의 이 ‘건방진’ 요구 앞에 성종은 폭발하고 만다.

 

“이런 개념을 바겐세일한 놈을 봤나! 야 이색희야! 네가 지금 제정신이야?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네가 왕이야? 그래? 그럼 네가 왕 해 이색희야!”

 

“아니, 거시기 그게….”

 

“애초에 압구정 지을 때부터 알아 봤어 이색희! 뭐? 내가 쓰는 차일을 빌려 달라고? 너 간이 너무 답답해서 그런데, 배 밖으로 산책 나오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그렇지?”

 

“그…그런 게 아니구요…중국 사신이….”

 

“툭 까놓고 말해보자. 나 그 압구정이란 거 영 맘에 안 들거든? 네가 왕이야? 강변에 정자 지어놓고 놀게? 그리고 색희야! 네가 그렇게 해놓으니까 중국놈들이 한번 보겠다고 달려오는 거 아냐! 이참에 그거 확 밀어 버리자! 괜히 그거 놔뒀다가 두고두고 중국 사신들 행사코스로 자리잡으면 안되니까.”

 

“에…그러면 지금 중국 사신은 어쩝니까? 이거 잘하면…아니 확실히 외교분쟁 거리가 됩니다!”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압구정 자리가 비좁아서 못 논다면서? 말 다했네. 중국놈한테는 거기 자리가 좁으니까, 대충 구경만 하고 내려오라고 그래! 그리고 중국 사신 연회는 제천정에서 하는 걸로 하고 됐지? 그럼 그렇게 해!”

 

성종의 이 한마디에 한명회 꼭지가 돌아 버렸다.

 

‘쉬파, 그래도 내가 네 장인인데…. 궁 밖에서는 왕이란 소리도 듣는데…이렇게 개망신을 줄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품은 한명회 그대로 들이댄다.

 

“전하, 울 마누라가 아파서…내일 중국 사신의 압구정 행차때는 제가 못갈거 같은데요?”

 

“너 이색희 삐진거야? 네가 언제부터 애처가였다고, 지 마누라 아픈 걸로 들이대? 너 이색희 바른대로 말해봐! 방금 전까지 압구정에서 논다고 차일 빌려달라믄서 왜 갑자기 마누라 핑계야? 너 지금 임금 앞에서 장난질이냐?”

 

결국 성종은 분노모드로 접어들게 되었고,

 

“오냐,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건가 본데, 잘 걸렸다. 너 지금까지 공신이라고 올라간 거 다 빼고, 지금까지 먹은 거 다 토해내! 귀엽다고 봐주니까 아주 그냥 기어올라!”

 

그랬다. 한명회는 압구정에서 한번 걸판지게 놀려다가 아주 쪽박을 차 버린 것이었다.

 

“아니, 그…그런것이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당장 한명회 이눔 자식 직첩 빼앗고, 쫓아내라!”

 

“저…전하!”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아무리 성종이라지만, 세조 때부터 시작해 40여년간 조정을 주물락거렸던 한명회를 더 이상 몰아칠 수는 없었다. 몇 달 뒤 성종은 한명회의 직첩을 다시 돌려줄 수밖에 없었고, 압구정은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있게 된다. 썩어도 준치였고, 늙어도 한명회였던 것이다. 자, 한명회와 압구정의 운명은 여기까지였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팬션 사극 ‘서울 인구폭발의 주범 압구정’은 다음 회에서 한명회와 압구정의 운명을 설명해 주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