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들이 그리는 해와 서양 아이들이 그리는 해의 색깔이 같지가 않다.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의 해는 붉은데 서양의 해는 노랗다. 북반구 동서간의 공기 농도와 시각의 편차 때문이라기도 하고 동양에는 아침이 빠른 조기문화가 발달했기에 붉은 아침 태양이 머리에 인상된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 노란색은 태양 이미지와 직결돼있다. 서양화가들에게 있어 노란색은 생명의 원천이요 이글거리는 정열인 것도 그 때문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밤길의 카페', '알르르의 여인' 등 그 모두가 프로방스의 태양아래 이글거리는 생명과 정열의 황색이요, 고갱은 그리스도까지 황색으로 그리고 있다. 천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성 베드로가 입고 있는 외투도 노란색이다. 비틀스의 히트곡 '옐로 서브머린'에서 반문명의 이상향이 노란색 천국인 것도 그래서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동양철학에서 하늘의 상징색이 황색이요, 동서남북 방위에 색이 정해져 있는데 그 중심색이 황색이다. 그래서 하늘의 아들인 중국의 천자는 노란 기와집에서 노란 벽지와 장막을 두른 방에서 노란 옷 입고 산다. 밥 먹는 식기며 타고 다니는 가마며 심지어 책을 싸는 보자기까지 노랗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부의는 자신을 황색 감옥의 수인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하늘이 도와 천기일순해서 나라 안이 화평하길 바라는 소원이 함축된 황색이기도 한 것이다. 노랑이 평화의 상징인 것이 동서가 다르지 않음은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임금만이 입을 수 있는 옷색으로, 여염에서는 일생일대의 경사인 시집가는 날에만 노랑 저고리를 입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점을 쳐 택일을 할 때 최고로 좋은 날을 황도길일이라 했음으로 노란색의 여염인식을 가늠할 수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식장에는 수상조건의 하나인 햇볕정책을 상징하여 노란꽃 일색으로 장식해서 시선을 끌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평화상 식장이기에 평화의 상징색인 노란꽃일 수 있고 이 날이 일생일대 최고로 경사스러운 황도길일이기에 노란꽃일 수 있으며 인간 김대중의 상징 식물 인동초의 꽃이 노랗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행사의 꽃단장 하나에도 배려가 대단한 귀감이다.
[이규태 코너] 경호 등교(警護 登校) (0) | 2007.02.16 |
---|---|
[이규태 코너] 러시아의 복고(復古) (0) | 2007.02.16 |
[이규태 코너] 자신의 '死亡記事' (0) | 2007.02.16 |
[이규태 코너] 공중신전(空中神殿) (0) | 2007.02.16 |
[이규태 코너] 러시아 보물선(寶物船) (0) | 2007.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