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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러시아의 복고(復古)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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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구라파 전쟁'ㅡ하면 싸움으로 지새는 난장판을 뜻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 동안 열강이 아옹다옹한 때문인지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가는 피비린내가 난다. 프랑스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를 듣노라면 피에 젖은 깃발이니, 멱을 따러 왔느니 하는 끔찍한 대목을 들을 수 있다. 90년대 초에 나라 이미지에 덕될 것이 없다 하여 노랫말 개정의 의론이 인 적도 있었다. "마음 합쳐 적과 부딪쳐라/진격하며 적과 부딪쳐라/진격 진격 진격이다"하는 중국국가도 전투적이고 공격적인데, 국가를 만들 때 프랑스에 유학했던 주은래의 입김으로 프랑스 국가 이미지를 본뜬 것이라 한다.
 
독일 국가도 인근 국가들을 자극시키는 침략적인 가사로 이어지고 있는 데 예외가 아니다. 나치스 독일의 악몽과 겹치곤해서 전투적인 1·2절은 부르지 않고 비호전적인 3절만 부르는 것이 관례가 돼있다한다. 노랫말 속에 피나 멱이며 깃발이나 원수도 나오지 않고 그저 산이 닳고 바다가 마르도록 하느님의 보우만을 비는 나라라서인지 이 유럽 국가들이 섬뜩하기만 하다.
 
러시아에서 소비에트 체제의 붕괴 후 "단련된 나라 우리 강자여/적을 무찔러 무찔러 나아가자"하는 스탈린 시대의 호전적 국가를 폐지한 것은 옐친이었다. 그리고 볼셰비키 혁명 전 19세기에 불렀던 평화적인 애국가를 도입했다. 망치와 낫과 별의 문장이 붉은 깃발에 박혔던 국기도 폐지하고 옛 날 적·청·백의 삼색기로 국기를 부활시켜 공산주의의 상징인 붉은 색을 일소했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전 국민의 거의 반수가 옛 국기인 붉은 깃발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했다.
 
강국 러시아에 향수를 갖고, 그 이미지 부활에 발벗고 나선 푸틴 대통령은 그 상징작업부터 손을 대고 있다. 스탈린 시대의 국가는 스탈린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고 전제하고, 호전적인 옛 국가로 환원시키고, 러시아 국민들의 뇌리에 강국 이미지와 맥락돼 있는 소련시대의 국기를 군기로 부활시키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해 지난주 말 통과시켰다. 붉은 광장으로부터 이전을 요구해온 공산체제의 상징 레닌묘도 그 자리에 유지하기로 했다 한다. 옐친의 주량이 크게 늘어났을 작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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