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뚫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ㅅ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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