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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2. 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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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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