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아침 노래 - 추영수
1
엇사 엇사
어깨춤 추거라
잔가락 맞추어
큰 신명 깨워라
회오리 회오리
밤도와 살려라
여기는 깜깜한
칠흑의 하늘일세
엇사 엇사
새 숨을 돌려라
흑공단 필 필이
흑암의 바다라
천 만 길 바다라
흑보석 바다라
해안선 깨우는
새아얀 파도사
까무라친 의식이
눈뜨는 중일세
신명중 줄줄이
멱을 골라라
혼몽에 낙하라
문을 열어라
꼬리쳐 익혀온
신명난 춤사위
눈이요 날개요
온마음 전불세
네 목숨 내 목숨
한 목숨 이루니
어엇사 엇사
흑암의 빛되네
2
꿈틀 꾸움틀
수평아 휘어라
구름이 걷히네
흑보석 바다가
은물결 이루어
하늘님 한가슴
가득히 채우네
꿈틀 꾸움틀
꿈가슴 부푸랴
광대야 광대야
꼭두 광대야
동녘이 밝으니
세상이 웃는다
두 팔을 뻗으면
바다가 열리고
내뻗친 손 끝에
수평선 잡힌다
엇사 어엇사
어깨춤 추거라
가슴엔 하늘이요
하늘은 마음일세
어허라 두웅둥
광대의 한세상
아침 얼 변신해
춤사위 이루니
네 어깨 내 어깨
가슴이 깊어서
깊으나 깊으신
한말씀 고루네
3
어엇사 엇사
어깨춤 추거라
우리네 목숨은
꼭두 놀음일세
자의는 어디 있나
타의는 무슨 탕의
잡고 잡아라
놓치지 말아라
실끝에 매달린
벼랑 길 인생아
풀어라 풀어라
한가슴 풀어라
맺힌 맘 신명으로
훠어훨 풀어라
네 활개 뻗치고
투욱툭 털어라
후울훌 투욱툭
어엇사 엇사
우리네 한목숨
꼭두 놀임일세
한숨 길 한세상
길기도 기네만
눈웃음 스을쩍
이승은 여긴데
서엉큼 성큼
저승도 여길세
꼭두 놀음판
허허허 웃고서
어얼사 두둥실
한세상 누리세
4
우리는 본래
한줌에 흙이라네
깊으나 깊어서
넓으나 넓은
저 바다 보듬은
한 줌 흙이라네
어깨를 낮춰라
가슴을 비워라
새 흙이 되리라
잔잔히 잔잔히
혈기를 재워라
꼬임에 굳어진
목뼈도 추려라
가쁜 숨 고로와
고운 춤 추어라
하나님 무릎에
엎디딘 춤 추면
우리는 동산에
바람이 되리라
창세의 동산에
새 바람 되어서
원죄의 옷자락
후웃딱 벗겨라
부끄럼의 나뭇잎
훌훌히 날려라
어엇사 엇사
자유의 춤으로
광대의 새노래
새 아침 맞아라
이마에 해 뜨고
동녘에 해 뜨고
동해바다 용왕님
용트림 흉내로
날마다 새아침
새 춤을 추리라
어얼컹 서얼컹
얼키고 설키어
신명을 다하면
하늘이 되리라
민중선언 - 김영안 (0) | 2007.02.18 |
---|---|
논개 - 변영로 (0) | 2007.02.18 |
그리운 연꽃 하나 - 한승원 (0) | 2007.02.18 |
가즈랑집 - 백석 (0) | 2007.02.18 |
가정(家庭) - 이상 (0) | 2007.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