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보리 4 - 차옥혜
깊은 겨울
종일 지게질하고
발이 가려워 잠 못 이루며
가려운 것이 어디 발뿐이냐던
할아버지는
피난 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숯덩이로 서울 거리를 누볐지만
재주가 없어 항상
홀아비로 빈털터리였다는
할아버지는
거리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청천강변 고향마을
두고 온 자식들 생각나서
저녁거리 살 돈으로
사탕을 사주고
담모퉁이 돌아서며 눈물짓던
할아버지는
거듭 서울에 오월이 오갔어도
그게 어디 오월이냐고
고향 돌아가는 날이 오월이라던
할아버지는
사시장철 겨울보리
이제는 죽거든 화장하여
오월 오거든
고향 마을에
뼛가루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적은 종이 곱게 적어
품에 넣어두고
양로원 담벼락에 기대어
햇볕 쪼이며
푸룻푸룻한 겉보리 구워먹다
보리수염에 몸이 따가워
청천강물에 뛰어들던
개구쟁이 때 떠올리며
보리꽃 필 날 꼭 오지
암 오고말고
되풀이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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