悲歌 - 윤석산
그냥 이쯤 서 있기로 했다
바람은 조금씩
우리의 옷자락을 흔들며, 나부끼고 있지만
잎 떨린 가로수의
그 사이사이
바람이 지나는 골목
이쯤 서 있기로 했다
차갑고 어두운 회한이
우리의 전신을 흔들어 주기 전,
아, 아 어딘가
조금씩 살아나는 나부끼는 목청들.
한 가닥의 증오도, 불 밝힌 영혼도,
없는 벌판의 끝머리에서
어둠의 깃폭마냥 전신을 부딪기며
우리의 가는 정신은 끝없이 펄럭이고,
그냥 이쯤
서 있기로 했다.
아무도 와 두드리지 않는 창과
문의 빗장을 치고
문 닫힌 자의 어두운 내면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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