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택을 열다 - 김선규
풍장 전 날,지겨운 장마비가 잠시 멈추었다
가마니짝에 둘둘 말려 지게에 실려
여덟살짜리 둘째 놈 질긴 울음 끌고 고개 넘어
남의 산에 묻혔던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는 아까부터 저쪽에 떨어져 서서
섬창 건너 선재띠 굴밭만 부러 쳐다보시고
삽날 끝이 봉분에 닿을 때 찾아온 멧새 소리
한 삽 가득 담아 청대콩 밭두둑 근처에 부리고
다시 찍어 듬뿍 흙을 담을 때는 후두둑,
어디선가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전쟁에 밀려 1.4후퇴했지만 사십년 지난 이 곳
준철네 뒷산은 벌써 변해 관광 부지가 생겨
머지않아 중국 사람들까지 우루루 몰려 오겠지
어지럽다,죽어서도 누울 자리 반평 갖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역사는 넓고 푸른 서해에나 모시자
저기 섬창 건너 비안개는 아직 꼼짝 않는다
어머니는 계속 선재띠 쪽만 보시고
삽질 하는 나도 큰 형수님도 말 잃어 적막 깊은데
빗물 흠뻑 든 숲속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비잇쫑 삐이 쫓쪼그르…… 참 맑은 멧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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