復活 - 고은
동해(東海) 창망(蒼茫)하라.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들은 잠자라.
우리 동해(東海) 기슭의 몇 군데에
서로 부서지면서 모인 게껍질들아
지난 밤에는 흰 구름의 울음을 울더니
오늘 아침 해돋이 붉은 햇빛으로
저마다 뼈 속의 살과
두어 개의 눈을 얻어서,
모든 외로운 거품을 내보내고
동해(東海) 기슭을 일제히 기어 나가라.
게들아 게들아 기어 나가라.
그리하여 동해(東海) 깊은 바다 밑바닥에 들어가서
가장 무서운 암초(暗礁)들을 물어 뜯어라.
또한 그리하여 아픈 바다는
빛나는 아픔의 물결, 진노(震怒)하는 물결과
서로 조각조각 사랑하는 물결로 물결쳐라.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들도 깨어나서
모든 뼈에 살이 싸이고
떠난 넋들아 몸에 돌아오라.
가을에 어린 것들과 늙은 것이 돌아가듯 돌아오라.
동해(東海) 기슭 삼척(三陟) 주문진(注文津) 낙산사(洛山寺)에 널린 오징어들아
다시 눈부신 물오징어로 헤엄쳐서
너희들의 자유와 슬기의 관능으로
울릉도(鬱陵島) 독도(獨島) 근해(近海) 해조음(海潮音)의 햇빛을 받아라.
이 나라의 죽은 것들아
죽어서 집 없는 무주고혼(無主孤魂)들아
저마다 가엾게 살아나서
동해(東海) 기슭을 달밤의 모래알들로 사랑하고
너희들은 백의민족(白衣民族)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춤으로 춤추어라.
동해(東海) 창망(蒼茫)하라. 북과 쇠북아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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