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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무문관(無門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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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사람에게는 색욕(色慾) 권욕(權慾) 금욕(金慾) 같은 욕심에 드나드는 문이 있고, 삼치(三痴) 오악(五惡) 칠혹(七惑)에 빠져들고 빠져나오는 문이 있다.

 

그 욕심의 문들을 젖히고 들면 문이 없는 무문지경(無門之境)에 이른다. 일러 무문관(無門關)이요, 세상과 사람을 등지고 이 지경까지 이르는 수도를 무문관 수도(修道)라 한다.

 
양산 영취산에 있는 백련암(白蓮庵)에 대나무 엮어 이 세상과 차단시킨 죽림굴(竹林窟)에서 3년 동안 무문관 수도를 하고 나온 스님이 있다.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한 원산스님으로, 그를 맞아 법회를 가지려고 기다리고 있던 1500 신도들 앞에 나서길 마다하고 등을 돌려 다시 죽림굴로 들었다 한다. 아무도 모르게 들었으니 아무도 모르게 나오겠다는 것이다.
 
15년 전이던가 송광사의 구산스님은 눕지 않고 앉아서 잠자며 3년 수도 끝에 앉아서 입적(入寂)하여 좌관(座棺)에 입관 다비를 했었다. 이교도들이 석가모니에게 "대도(大道)가 뭐냐"고 물었을 때 앉은 자세를 바로하고 이것이 바로 대도라 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항주태수가 되어 진망산을 넘어가는데, 고승 도림선사가 나뭇가지 위에서 무문관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까치처럼 나무 위에서 좌선한다 해서 작소선사(鵲巢禪師)로도 불린 이 고승에게 백낙천이 "위태로운데 내려와 사시지요" 했다. 이에 도림선사는 "자네 마음 속에 장작불이 타오르는 게 보이는데 위태로운 건 자네일세" 했다. 백낙천은 "시를 굽기 위해 태우고 있는 불이니 위태로울 게 없소" 했다 한다.
 
중국 숭산 소림사에 가면 달마대사(達摩大師)가 면벽 9년간 수도했다는 초조암이 보존돼 있다. 신라의 당나라 유학승들이 이 암자에 가서 좌선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던 그 현장이다. 무문관 수도의 원류는 출가하여 성도하기까지의 석가모니의 고행(苦行)일 것이다. 하루에 대추 한 개만 먹고 다음에는 쌀 한 톨, 다시 그 다음에는 깨 한 알 하는 식으로 식사를 줄여 단식 6년의 고행 끝에, 해골에 피부만 씌워놓은 듯한 몰골로 하산해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成道)를 한다.
 
미국에 좌선(座禪)이 크게 유행하듯이 세상이 번잡할수록 무문관 경지가 현실 가까이 다가온다던데, 죽림암 무문관이 그래서 와닿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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