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머니들 짝젖 먹고 자란 아이일수록 잔병치레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짝젖이란 좌우 유방(乳房)이 같지 않고 왼쪽 젖이 오른쪽 젖보다 커 불균형(不均衡)을 이루는 유방을 일컫는다. 몸매에 신경쓰는 요즈음 젊은 어머니들이 기겁할 소리일지 모르나 체험에서 우러난 지혜로 선망받는 며느리의 조건이었다. 젖을 먹여 기르는 포유동물은 새끼를 안을 때 대체로 머리를 왼쪽으로 해서 안는 좌포성(左抱性)이라 한다.
뉴욕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42마리의 어미원숭이가 새끼 안는 것을 조사했더니 두 마리 빼놓은 40마리가 좌포성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 고금(古今)의 명화 가운데 모자상 466점을 조사했더니 80%인 373점이 좌포성이었으며, 우리나라 모자상인 '운낭자이십칠세상(雲娘子二十七歲相)'도 외로 아기를 안고 있고, 혜원의 '선유도(船遊圖)'에서 기생을 안고 있는 한량들도 외로 안고 있다. 이렇게 왼편 젖만 먹이니 왼쪽 젖이 수유기능이 발달해 커질 수밖에 없고 오른쪽 젖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으니 짝젖이 된다.
아기를 외로 안는 이유는 젖을 먹이기 위함이요, 오른쪽 젖도 있는데 왼쪽 젖을 주로 먹이는 이유는 심장(心臟)이 가슴 왼쪽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 한다. 자궁(子宮) 속에서 어머니 심장의 고동소리가 유일한 외계(外界)의 쇼크였던 아기가 자극이 요란스러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들어왔던 심장소리를 듣지 못하면 불안해져 심신발육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심장가까운 왼쪽 젖을 먹이면서 고동소리를 들려주게 된 것이라 한다.
이렇게 엄마젖을 먹으면서 심장소리 듣고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심장기능도 조율하는지 또는 모유(母乳) 속의 성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란 후에 심장병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곧 영국의 한 소아과 연구팀은 모유를 먹여 기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갈라 16년 간 발육상태를 조사, 비교했더니 모유그룹이 최저혈압 3.2% 최고혈압 2.7%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고 이만한 혈압차이는 고혈압 발생위험이 17%,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발생위험이 15%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AP통신으로 보도되었다. 모유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짝젖 먹고 자란 아이 잔병치레를 않는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 같아 되뇌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