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는 한국과 일본에 주로 사는 물고기로 중국에서는 남쪽인 절강에서만 산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회잔어로 나오고, 일명 왕여어 또는 은어라 한다 했다. <박물지(博物誌)>를 인용 오왕이 강을 타고 내려가면서 어회를 먹는데 먹다 남은 나머지를 강물에 버리니 그것이 고기로 되살아났다 하여 그 같은 이름을 얻었다 했다. 비늘도 없이 은처럼 하얗게 미끈하다 해서 은어(銀魚)로 불리웠고ㅡ. 우리나라에서는 봄에 부화하여 여름에 살찌고 가을에 노쇠하여 겨울에 죽는 한해살이 고기라 하여 연어(年魚), 또는 물 이끼만 먹고 살기에 살을 먹으면 그 이끼 향내가 난다 해서 향어(香魚)라고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총장이었고 어류학자인 졸단 박사가 어류 연구를 위해 일본에 왔을 때 일이다. 일본 사람들이 제일 맛있게 먹는 물고기가 뭐냐고 물었던 것 같다. 미국이나 서양에 없는 은어라고 하자 이를 미국에 소개할 때 스위트 피시(Sweet Fish)라 소개한 것이 은어의 서양 이름이 됐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물고기가 숭어라 하여 수어로 표기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은어는 연어나 송어처럼 회유성 물고기로 바다와 접한 하구에서 부화, 맑고 차가운 상류의 물을 찾아 역류를 한다. 떼지어 이끼 낀 지역을 점령해 오르는데 군대식으로 경비병을 두고 텃세를 부려 다른 고기의 접근을 막는다. 가을이 되면 다시 물따라 암수가 데이트로 지새우며 하강, 하구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짝짓는다. 어찌나 강렬한 사랑을 하는지 수정 후에는 암수가 기진맥진 뼈만 앙상하여 헤엄칠 힘도 없이 떠내려간다. 그 위를 물새가 날더라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니 은어의 사랑은 바로 장례식이다. 그래선지 어민들 찰떡 궁합을 '은어 금슬'이라 한다.
한강 어귀는 바다의 뻘물 때문에 결벽증이 있는 은어가 잘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58년 이전에는 한강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그 후로는 상류의 오염으로 영 등진 고기로 알려져왔다. 그 한강에 은어가 돌아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상류가 맑아졌는지 모르겠으나 요즈음 젊은이들 무상한 사랑의 이합(離合)을 보면 나타날 때가 못 되었다고 보고, 언제 다시 모습을 감출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