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02. 01
서태구.신금엽.이영미.이금숙.차재옥.전영식.김승우….
누굴까. 인사이드피치가 야구 칼럼인 점을 생각하면 분명 야구와 관련된 인물일 것이다. 선수는 아닐 테고, 구단 관계자? 한국야구위원회 직원(KBO)도 아니고. 그렇다면 열성 팬? 혹시 위의 이름을 아는 독자라면 야구 팬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봐도 좋다. '더 하티스트 매니어(The Hottest Mania)'라는 칭호를 붙여드리겠다.
거론된 이름은 프로야구 초창기 한국야구기록연구회(SKBR.The Society for Korean Baseball Research)라는 야구기록 연구 동호회 회원들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였던 1983년 첫 야구기록 강습회가 대한체육회 강당에서 열렸고, 그때 참석한 300여 명 가운데 야구기록의 묘미에 흠뻑 빠졌던 매니어들이 미국야구기록연구회(SABR)를 본떠 SKBR을 만들었다. 이듬해 장충고 강당에서 열렸던 2회 기록강습회가 끝나고 나서는 회원이 더 늘어났고, 그 모임이 활성화됐다.
SKBR은 야구의 각종 기록들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록을 개발하는 모임이었다. 당시는 생소했던 토털 애버리지, 선형 가중치(Liner Weight) 등을 연구해 선수 개인의 능력을 세분화하고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들은 야구기록의 의미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84년 '한국 프로야구기록 분석집', 87년 '기록으로 본 프로야구' 등 책도 만들었다.
그랬던 SKBR은 회원들이 8개 구단이나 KBO 등 관련업체에 취업하고, 기록이 전문화.전산화되면서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90년대 초반 그 모임은 없어지고 말았다.
반면 SKBR의 원조 격인 미국의 SABR은 활동이 왕성하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SABR이 지금까지 발제해 연구.개척한 야구기록 관련 주제가 무려 22만 건이라고 한다. 22만 건! 그 숫자에서 벌써 '야구기록은 무한하다'라는 느낌이 온다. 국내 매니어들에게도 그 무한한 영역을 탐험하려는 도전정신이 있고, 그 열기가 프로야구 초창기에 비해 식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이 바뀌었을 뿐.
SKBR 출신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말한다. "SKBR은 당시 야구기록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였다. 밤을 새워 가면서 기록을 연구하고,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야구기록이 주는 참맛을 느꼈다"고. KBO 기록위원회는 지금이라도 SKBR이 부활하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지금 누구 그 야구기록의 참맛을 느껴볼 사람!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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