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6. 09
“기록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 기록, 타율 4할의 내 기록은 깨기 힘들다. 다만 내가 일본이나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의지와 집념을 갖고 ‘목숨 걸고’ 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가능할 것이다. 나보다 더 독한 놈이 나온다면 깰 것이다. 야구는 솔직한 운동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 하늘도 돕는다.”
‘4할의 전설’, 한국프로야구 사상 유일무이한 4할 타자(.412. 1982년 MBC 청룡) 백인천(71) 전 LG 트윈스 감독의 말이다.
‘꿈의 4할 타율’에 당찬 도전장을 내민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26)이 6월 7,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문학구장 경기에서 8타수 1안타로 주춤했다. 2014년 프로야구 무대에서 부동의 타율 1위이고, 여전히 4할3푼2리(185타수 80안타)의 고타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한풀 꺾인 인상을 줬다. 내리막길이라고 단정하기는 뭣하지만 타석에서 다소 성급하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4할 타율 달성의 첫 고비를 맞고 있다고 봐야겠다.
이재원은 3, 4월에 4할9푼3리(67타수 33안타), 5월에 4할4리(94타수 38안타)로 고공행진을 했고 6월 들어서도 4할5푼8리(24타수 11안타)로 타격 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전에서 송승준, 옥스프링 두 수준 있는 투수를 만나 침묵을 지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다달이 높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컨트롤이 정교한 투수를 상대해 고전했다.
이재원은 정상호와 더불어 체력의 부담이 큰 ‘안방 지킴이’ 노릇을 해내야 한다. 팀 승리와 개인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한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백인천 전 감독은 6월 8일 TV 중계로 롯데와 SK 경기를 일부러 유심히 지켜봤다. 물론 이재원의 타격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타석에 들어서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친다는 게 보기 좋다. 포수로서 상대 투수의 공 배합을 많이 읽고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스윙을 하는 것은 타율 상승의 조건이다. 투수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어야하지만 힘 조절을 하려고 반드시 100% 피칭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재원의 타격은 이미 뭐가 들어올 것이라는 상대투수의 구질을 머리에 입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7일 경기에서는 타격이 조금 급하고 덤비는 인상을 줬다.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윙자체가 바깥 쪽 잘 치는데 몸 쪽은 헛스윙을 하거나 막혔다. 타자는 카운트가 불리하면 제 스윙이 안 된다. 다 치려고 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어려운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드는 것은 힘들다. 다만 포수니까 공 배합을 잘 읽을 수 있는 게 다른 타자들보다 유리할 것이다. 투수에 따른 공 배합을 좀 더 파악을 하게 되면 더 나아질 수 있겠다.”
백인천 전 감독의 총평이다.
백인천 전 감독은 “이재원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4할을 의식하면 힘들게 된다. 안타 하나, 이를테면 3타수 1안타, 4타수 1안타로는 안 되니까 한 경기에 최소한 2안타 이상 쳐야 하는데, 의식한다면 어렵다”며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 돼 마구잡이로 치지말고 상대 투수의 공 배합을 잘 살펴서 타격하는, ‘선구 타격’을 해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제일 어려운 고비는 역시 여름철이다. 무더위를 이겨내야 하고 장마철을 만나면 경기가 들쭉날쭉해져 타격감이 떨어지게 된다. 7, 8월이 고비가 될 것이다”고 관측했다.
홈런은 숫자로 남고 쌓여가지만, 타율은 못 치면 내려가는 것이어서 훈련을 많이 했다손 치더라도 체력이 어떻게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타율은 의식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프로야구 초창기에 ‘프로선수라는 것은 이런 것’ 이라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야구에 대한 그 때의 내 집념은 지금 돌이켜봐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야구가 프로로 성공해야하고, 나 개인으로도 일본에서 와서 잘못되면 황당한 일이 아니었겠는가. ‘못하면 망신이다. 어떻게 하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모든 여건 지금 선수들보다 달랐다. 그런 것이 나한테는 도움이 됐고 자극제로 작용했다.”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의 그로선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백인천 전 감독은 “시대의 흐름 따라 도구가 좋아졌다. 야구공 탄력과 배트도 너무 좋아졌다. 그렇다할지라도 포수로서 타율을 올리는 것은 대단하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은 부상이다. 포수의 경우 더군다나 부상을 당할 우려가 많다. 부상은 운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로서 7, 8월 고비를 잘 넘겨 4할 타율을 달성하길 바란다.”고 이재원에게 덕담 겸 당부를 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판에서 백인천 이후 4할 타율 도전은 몇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아까운 사례는 이종범(현 한화 이글스 코치)의 1994년이었다.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은 그해 8월 29일 104경기를 지나면서 4할 타율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결국 3할9푼3리(499타수 196안타)로 마감했다. 더욱이 이종범은 뒷날 “그 무렵 회식 때 육회를 먹고 배탈이 나는 바람에 허리가 구부러질 정도여서 버티기 힘들었다.”고 술회,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2014년 시즌이 이제 ⅓을 넘겨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가량 넘겼다. 이제원이 바라보는 4할 고지는 예서 멀다. ‘기룬 님’은 아스라이 떨어져 있다. ‘초인의 의지’로 이겨내야 님을 만날 수 있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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