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1.
한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황태자였던 아드낭 야누자이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도 부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야누자이, 나홀로 플레이 남발하다
야누자이가 PAOK 테오살로니키와의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가득 메운 도르트문트 홈 팬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토마스 투헬 도르트문트 감독은 이미 팀이 유로파 리그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어놓은 상태였기에 야누자이를 비롯해 박주호와 아드리안 라모스, 그리고 유스 출신 미드필더 파스칼 슈텐첼 같은 선수들을 선발 출전시켰다.
야누자이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단 6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었다. 그마저도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당연히 출전 시간은 총 160분에 불과했다. 그러하기에 야누자이 입장에선 유로파 리그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도르트문트에 입성한 곤살로 카스트로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으나 유로파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분데스리가에서도 출전 시간을 늘려나간 걸 벤치 마킹해야 했던 야누자이었다.
실제 카스트로는 9월까지만 하더라도 도르트문트가 치른 공식 대회 13경기 중 9경기에 출전해(출전 시간 324분, 선발 출전 3경기) 단 1도움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10월을 기점으로 도르트문트가 치른 공식 대회 14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해(출전 시간 722분, 선발 출전 8경기) 4골 5도움을 기록 중에 있다. 경기 막판 시간 끌기용 교체 투입 선수에서 주전급으로 급부상한 카스트로이다.
그래도 투헬 감독은 유로파 리그에선 꾸준하게 야누자이를 중용하면서 출전 기회를 주려고 했다. 야누자이는 PAOK과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도 선발 출전하며 도르트문트가 치른 유로파 리그 6경기 중 5경기에 출전했다. 총 출전 시간은 329분에 달했다.
/ 사진출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구단 공식 트위터
하지만 야누자이는 이번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표면적인 기록은 괜찮은 편에 속했다. 패스 성공률은 90.7%에 달했고, 찬스 메이킹도 3회로 므키타리안, 박주호와 함께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41분경 날카로운 슈팅을 기록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문제는 야누자이가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했다는 데에 있다. 다른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원터치 패스를 통해 만들어가는 플레이에 주력했으나 야누자이는 나홀로 플레이를 전개해 나갔다. 볼 터치가 70회였으나 정작 패스는 43회가 전부였다. 65분을 소화한 카가와 신지가 67회의 볼 터치 중 61회의 패스를 기록한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기록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야누자이는 무려 11회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정작 성공한 건 3회가 전부였다(하단 사진 참조. 초록은 드리블 성공-빨강은 드리블 실패). 마치 불나방처럼 상대 수비 밀집 지역으로 무리하게 파고 들다 뺏기는 우를 범했다. 당연히 볼 경합 승률은 38.5%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통상적으로 드리블을 많이 시도하면 파울이라도 많이 얻어내기 마련이지만, 야누자이가 얻어낸 파울은 1회가 전부였다. 볼을 끌다 뺏길 것 같으면 동료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패스를 구사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심리적인 초조함이 느껴졌다. 42분경엔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자신의 키를 넘기자 손으로 쓸데없이 건드려 옐로 카드를 받았다. 후반 시작부터 63분경까지 단 18분 사이에 드리블 돌파를 무려 5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며 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당연히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야누자이에게 평점 5점을 선사했다(빌트지는 평점을 1점부터 6점까지 책정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활약이 저조했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PAOK과의 경기에서 점유율에선 77대23으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숫자에서도 20대1로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0-1로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 PAOK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 터치를 한 건 단 1회가 전부였다. 그 한 번의 볼 터치가 바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Powerd by OPTA)
# 계륵으로 변한 야누자이, 반전 가능할까?
야누자이는 맨유가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로 만 18세에 불과했던 2013년 10월,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홀로 2골을 넣으며 2-1 역전승을 이끌어내 잉글랜드 전역에 충격을 선사했다. 2013/14 시즌, 그는 프리미어 리그 27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당시 맨유 감독 데이빗 모예스는 "공을 가지고 있을 때의 야누자이는 요한 크루이프(유럽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네덜란드의 전설)를 연상시킨다. 크루이프의 특징을 가진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벨기에와 알바니아,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그의 대표팀 차출을 놓고 경쟁했을 정도로 속칭 핫한 유망주였다. 결국 그는 벨기에 대표팀을 선택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렇듯 주가를 높이고 있던 야누자이였으나 모예스 감독이 경질되고 루이 판 할 감독이 맨유 지휘봉을 잡으면서 서서히 출전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단 하나의 득점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한 그는 이번 시즌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용받는 듯싶었으나 이후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1, 2차전과 뉴캐슬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판 할의 계획에서 배제됐다.
이에 야누자이는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을 통해 도르트문트로 임대를 떠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도 야누자이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출전 시간은 날이 갈수록 더 줄어드는 추세이다.
안 그래도 야누자이는 한 달 전, 한 차례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11월 A매치 기간에 벨기에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야누자이를 차출하려다 포기한 사건이 발생한 것. 당시 벨기에의 전설이자 21세 이하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엔조 시포 감독은 "야누자이가 21세 이하 대표팀 차출을 거절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그가 21세 이하 팀에서 뛰고 싶어하지 않아한다고 느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가 오지 않는 데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라며 야누자이의 태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같은 시기에 야누자이가 도르트문트에서의 출전 시간 부족에 실망을 느껴 맨유로 임대 복귀하고 싶어한다는 루머까지 동시에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야누자이 에이전트 더크 데브리스는 벨기에 언론 '라 데르니에르 호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한편 "도르트문트는 기름칠이 잘된 기계와도 같은 팀이다. 현재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다. 다들 알다시피 야누자이는 여름 프리 시즌에 도르트문트 선수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 아직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일카이 귄도간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 도르트문트에 적응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라며 맨유 1월 복귀 루머를 부인했다.
현재 도르트문트는 2015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세르비아의 우승을 견인한 파르티잔 에이스 안드리야 지브코비치를 비롯해 니스에서 부활에 성공한 프랑스 대표팀 측면 미드필더 아템 벤 아르파, 그리고 최근 폴란드 대표팀에 승선한 만 18세의 크라코비아 신성 바르토츠 카푸스트카(A매치 3경기 2골)와 루머를 뿌리고 있다. 만약 도르트문트가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오는 1월 이적 시장을 통해 영입에 성공한다면 진지하게 야누자이의 맨유 임대 복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야누자이에게 남은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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