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5. 13
야구규칙 9.02(a). 타구가 페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요즘 정부가 영어 오역도 하는 판이니 원문도 함께. 9.02 (a) Any umpire’s decision which involves judgment, such as, but not limited to, whether a batted ball is fair or foul, whether a pitch is a strike or a ball, or whether a runner is safe or out, is final. No player, manager, coach or substitute shall object to any such judgment decisions.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해도 심판의 판정은 최종이다. 연패에 빠져 있는 팀이 지고 있는 중이라면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위통을 벗어젖힐 판이다. 그래서 프로야구 심판은 말한다. “1만번 잘할 때는 아무 소리 없다가도 딱 한 번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직업”이라고.
지난 10일 8연패 중이던 LG는 한화를 상대로 또 6-7로 지고 있었다. 9회초 선두타자 이종열이 볼카운트 2-1에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규순 주심은 자연스레 삼진 아웃 선언. 이종열이 항의했다. 방망이 끝에 맞았다는 주장이었다. 최 주심은 권위를 고집하지 않았다. 얼른 공을 잘 볼 수 있었던 김풍기 1루심과 윤상원 2루심을 불러 모았다. LG 김재박 감독은 더그아웃 앞에 나와 있었다. 여차하면 항의하러 뛰어나갈 태세였다. 최 주심은 ‘4심 합의’ 끝에 파울을 선언했다. 이종열은 살았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종열은 결국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LG는 팀 창단 최다인 9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최 주심은 권위를 내세워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항의’에 대해 ‘합의’를 했고, 모두가 만족할 명판결을 이끌어냈다.
11일 목동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KIA 발데스가 3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 포수 악송구가 겹쳐 3루까지 달렸을 때 김성철 3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느린 화면에서 히어로즈 3루수 정성훈은 공을 포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김 심판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고 4심 합의 끝에 세이프로 번복했다.
번복은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2008 야구규칙 127쪽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부디 쇠고기 협상 정부도 KBO 심판들로부터 배웠으면.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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