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4. 22
‘삼성특검’이 끝났다. 99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물론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특별한 검사는 특별하지 않은 답을 내놓았다. 요란한 수사에 솜방망이 단죄였다. 특검을 이끌어낸 김용철 변호사는 “남은 것은 ‘떡값’이란 단어뿐”이라며 “뇌물을 뇌물이라 하기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한탄했다.
특검까지는 아니더라도,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빈볼 시비의 ‘시비’를 가리는 회의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KBO는 ‘상대선수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당한 SK 김준 선수에게 벌칙 내규에 의거 경고 조치’했고 ‘양 구단에 대해서는 향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발시 엄중제재할 것임을 구단에 통보’했다.
그러나 19일 잠실 두산-SK전에서 정작 ‘시비’를 일으킨 것은 빈볼이 아니었다. 7회 1사 1루, 두산 오재원의 땅볼 때 김재호가 2루에서 슬라이딩을 했고 그 슬라이딩에 SK 나주환이 왼쪽 무릎을 다쳐 넘어졌다. SK 김성근 감독이 뛰어나와 항의를 했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SK 투수 김준이 유재웅의 오른쪽 어깨를 맞혔고, 예상대로 곧장 퇴장당했다.
특검 결과가 불만스러운 이유는 벌이 약해서가 아니라, 비자금과 관련해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KBO 상벌위 역시 김재호의 슬라이딩에 면죄부를 줘버렸다.
이날 2루심을 맡은 임채섭 심판은 “수비 방해라고 볼 수 없는 정당한 슬라이딩”이라고 했다. 상벌위원인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도 “심판보고서에 슬라이딩에 문제가 없다고 돼 있었다”며 넘어갔다. 3피트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스파이크로 정강이를 걷어찬 슬라이딩은 축구에서도 퇴장감이다. 야구규칙 6.05m은 ‘야수가 플레이를 완수하기 위하여 송구를 받으려고 하거나 송구하려는 것을 전위주자가 고의로 방해했다고 심판원이 인정했을 경우 아웃을 선고’한다. 주석에 따르면 이 규칙은 ‘공격팀 선수의 용납할 수 없는 비신사적 행위에 대한 벌칙으로 정한 것’이다.
임 심판위원의 결론대로 이제 3피트 범위 안에서라면 어떤 형태의 슬라이딩이든 정당한 플레이가 된다. 나주환처럼 3주 결장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내야수들은 축구선수들의 정강이를 보호하는 ‘싱가드’를 차야 한다. 2루는 이제 전쟁터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 7월9일 열린 상벌위원회 결과는 7월7일 롯데 강민호에게 위협구를 던진 SK 김원형에 대해 제재금 200만원과 봉사활동 20시간을 부과했다. 언제나처럼 “추후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시 가중처벌할 것임을 구단에 통보했다”고도 했다. 김원형은 안 맞혔고 김준은 맞혔는데 가중은커녕 형량은 더 줄었다. 상벌위가 뭐하는 곳인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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