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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승점 1위' 슈베르트, 오발탄에서 기록파괴자로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9.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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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08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감독 안드레 슈베르트가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마저 격파하며 독일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기록 파괴자 슈베르트

 

요즘 독일에서 가장 큰 화제를 이끄는 인물은? 다름 아닌 슈베르트이다. 슈베르트는 시즌 초반 5전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전통의 명가 묀헨글라드바흐 지휘봉을 잡은 후 분데스리가 10경기 무패(8승 2무)를 이끌며 스타덤에 떠오르고 있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분데스리가 기록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첫 분데스리가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분데스리가 역사상 신임 감독 부임 후 최다 경기 연승 타이(6연승. 1986년 슈투트가르트 감독 빌리 엔텐만과 동률)를 기록했다.

 

이어서 그는 14라운드 호펜하임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묀헨글라드바흐 구단 역사상 신임 감독 부임 후 최다 경기 무패 행진(9경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독일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설 우도 라텍(주석 참조)이 1975년에 수립한 8경기 무패(4승 4무)였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지난 주말 바이에른전이었다. 이 경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4-4-2 포메이션을 고집하던 슈베르트는 5백을 기반으로 한 깜짝 5-4-1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바이에른을 3-1로 완파하며 독일 전역에 충격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슈베르트가 수비 잠그기 전술을 구사한 건 아니다. 도리어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해 실질적으로 일대일 대인 마크  형태로 상대 선수 한 명 한 명을 봉쇄하며 바이에른의 장기인 후방 빌드업을 괴롭혀 나갔다. 이로 인해 바이에른은 빌드업의 기점을 맡고 있는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평소와 달리 롱 패스를 많이 구사해야 했다. 

 

실제 노이어의 경기당 평균 롱 패스 숫자는 6.6회가 전부이지만 이 경기에선 평소보다 4배 가까이 많은 24회의 롱패스를 시도했다. 보아텡 역시 경기당 롱 패스 숫자가 9.4회였으나 이 경기에선 22회의 롱 패스를 시도해야 했다. 이는 바이에른 선수들이 수비 진영에서조차 패스를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묀헨글라드바흐의 압박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이다. 

 

▲ 사진출처: FourFourTwo Stat Zone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무려 32회의 백패스를 기록했다. 바이에른의 시즌 평균 백패스 숫자는 20.1회가 전부이다. 특히 바이에른은 최근 분데스리가 5경기에서 단 13.6회의 백패스를 기록하며 백패스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바이에른 선수들은 묀헨글라드바흐의 강도 높은 압박에 막혀 강제적으로 백패스를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 사진출처: FourFourTwo Stat Zone

 

게다가 묀헨글라드바흐는 기본적으로 지공 플레이를 통해 바이에른이 역습할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바이에른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기를 포착해 빠른 역습으로 54분부터 68분까지 단 1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3골을 몰아친 묀헨글라드바흐이다. 실제 묀헨글라드바흐의 슈팅은 30분부터 65분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13회의 슈팅 중 11회가 이 시간대에 나온 것이다. 반면 나머지 2회의 슈팅은 경기 시작 1분경 하파엘의 슈팅과 종료 직전 수비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의 슈팅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슈베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바이에른 상대로 다른 시스템으로 경기를 하길 바랐다. 바이에른과의 경기에선 중앙을 닫는 것이 중요하기에 3명의 센터백을 배치했고, 측면 수비수들을 통해 공격할 공간을 창출해야 했다. 이는 이를 목요일부터 집중적으로 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묀헨글라드바흐 주장 그라니트 자카 역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바이에른 선수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물을 마시고 두 다리로 뛴다. 우리는 스리백을 기반으로 그라운드 전역에서 바이에른 선수들을 상대로 일대일 대결을 펼쳤다"라고 밝혔다.

 

슈베르트는 바이에른전마저 승리하며 분데스리가 무패 기록을 10경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묀헨글라드바흐는 슈베르트 감독이 부임한 6라운드를 기점으로 10경기에서 8승 2무 승점 26점을 올리며 동기간만 국한지어서 놓고 보면 바이에른(8승 1무 1패 승점 25점)을 제치고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슈베르트는 분데스리가 경기당 평균 승점 2.6점을 올리며 5경기 이상 지도한 역대 분데스리가 감독들 중 경기당 최고 승점 감독으로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종전 분데스리가 역대 경기당 평균 최고 승점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감독으로 그는 분데스리가 통산 83전 67승 8무 8패 승점 209점과 함께 경기당 2.52점을 기록 중에 있다.

 

이렇듯 분데스리가 감독과 관련한 각종 기록들을 매 경기 갈아치워나가고 있는 슈베르트이다. 심지어 슈베르트가 바이에른전에서도 승리하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슈베르트가 과르디올라와의 대머리 감독 더비에서 승리했다며 '슈퍼 대머리 슈베르트(Super-Glatze Schubert)'라는 애칭을 새로 지어주었다.

 

# '오발탄'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슈베르트

 

슈베르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그 역시 감독 초창기엔 암흑기를 보낸 전례가 있다. 

 

선수 은퇴 후 2006년부터 3부 리가 구단 파더보른 2군팀을 지도하던 그는 2009년 5월 13일, 파더보른 1군 감독직에 부임하며 처음으로 지도자와 인연을 맺었다. 2부 리가 오스나브뤽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1-0 승리를 거두며 3부 리가에 있던 팀을 2부 리가로 승격시켰고, 승격 첫 시즌에 14승 9무 11패 승점 51점으로 5위를 차지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파더보른에서의 두 번째 시즌에 10승 9무 15패에 그치며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1년 여름, 분데스리가에서 2부 리가로 강등된 상 파울리 감독직에 부임한 그는 첫 시즌에 18승 8무 8패 승점 62점을 올리며 4위를 차지했으나 당시 상 파울리 단장 헬무트 슐테로부터 "슈베르트는 불발된 크루즈 미사일(오발탄)이다"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결국 수뇌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그는 2012/13 시즌 2부 리가 첫 7경기에서 1승 3무 3패에 그치며 조기 경질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상 파울리에서 경질된 이후 그는 2년 가까이 무직으로 보내야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14년 7월, 15세 이하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재기에 나섰고, 2015년 7월 묀헨글라드바흐 2군팀 감독에 부임하면서 다시금 프로 축구계에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슈베르트는 이에 대해 "함부르크(상 파울리 연고지)에 있으면서 난 프로 축구가 내 개인의 행복에 있어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이것이 바로 슈베르트가 정식 감독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묀헨글라드바흐 임시 감독직에 오른 그가 연신 뛰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측은 오스트리아 대표팀 감독 마르첼 콜러와 접촉하면서 슈베르트를 신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식 감독이 되고 싶은 욕심이 없냐는 독일 언론들의 질문에 대해 "모든 감독은 다 임시직에 불과하다. 언제 경질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11월 16일, 묀헨글라드바흐와 2017년 6월까지 정식 감독 계약을 체결하며 임시 감독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번에도 계약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또 다시"완벽하게 맘에 든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 슈베르트, 유럽에서도 성공할까?

 

아직 분데스리가 10경기에 불과하지만 슈베르트는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위르겐 클롭과 토마스 투헬, 그리고 마르쿠스 바인치얼 이후 가장 주목받는 독일 젊은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슈베르트의 다음 목표는 유럽이다. 슈베르트가 이번 시즌 공식 대회에서 유일하게 패한 경기는 바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차전이었다. 이후 그는 유벤투스와의 2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고, 지난 세비야(11월 15일)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하며 묀헨글라드바흐에게 37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승리를 선사했다(묀헨글라드바흐는 1978년 3월 29일, 챔피언스 리그 전신인 유러피언 컵 4강 1차전에서 리버풀에게 2-1로 승리한 이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덕에 묀헨글라드바흐는 세비야를 제치고 조 3위로 올라섰다.

 

경기력은 충분히 좋았다. 맨시티전도 묀헨글라드바흐가 경기 내용적인 면에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조 하트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쇼에 막혀 아쉽게 1-2로 패했다. 유벤투스와의 홈 경기에선 결정적인 슈팅 2회가 모두 골대를 맞으면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결과론적으로 유럽 무대 경험 부족을 드러낸 묀헨글라드이다.

 

이제 묀헨글라드바흐는 맨시티 원정에서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이미 묀헨글라드바흐는 16강 진출이 실패로 돌아갔으나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조 3위로 유로파 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패하거나 비긴다면 세비야가 유벤투스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조 최하위로 탈락하게 된다.

 

슈베르트는 맨시티전을 앞두고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맨시티전을 앞두고 (리버풀 감독으로 최근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둔) 클롭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다.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고 싶다"라며 맨시티전 승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주장 자카 역시 "우리는 맨시티를 꺾을 수 있다. 우리는 상대를 꺾는 법을 알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클롭의 도르트문트도 2011/12 시즌, 9년 만에 복귀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아스널과 올림피크 마르세유, 그리고 올림피아코스에 밀려 조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실패를 바탕으로 한단계 성숙해진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곧바로 다음 해인 20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를 위해선 조금이라도 더 유럽 무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대항전 한 경기 한 경기가 묀헨글라드바흐 선수들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마지막으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묀헨글라드바흐의 '신성' 마무드 다후드의 인터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챔피언스 리그는 나의 큰 꿈이다. 매 경기 엄청난 재미를 가져다 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다른 공기가 전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것이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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