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01
넓적다리 부상에서 돌아온 사미 케디라가 유벤투스 데뷔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하며 아르투로 비달의 그림자를 지웠다.
유벤투스가 세비야와의 2015/16 시즌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세리에A에서의 부진을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 바로 장기 부상에서 복귀한 케디라가 있었다.
이번 시즌 유벤투스는 세리에A 6경기에서 1승 2무 3패에 그치며 불안한 시즌 출발을 알렸다. 지난 시즌까지 팀 전술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던 카를로스 테베스와 비달, 그리고 안드레아 피를로가 떠난 자리를 메우는 데 실패한 게 유벤투스의 시즌 초반 부진의 주된 이유였다.
유벤투스는 테베스를 대체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신예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와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를 동시에 영입했다. 피를로의 역할은 유벤투스 중원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물려받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비달의 대체자로 영입한 선수가 다름 아닌 케디라였다.
하지만 케디라는 시즌이 채 개막하기도 전에 지난 8월 1일, 올림피크 마르세유와의 평가전에서 경기 시작 25분 만에 넓적다리 부상을 당해 활용조차 해보지 못했다. 마르키시오 역시 키에보 베로나와의 세리에A 개막전에서 전반 45분 만을 소화한 채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주키치마저 9월 20일 제노아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벤투스의 시즌 전 구상이 부상으로 모두 어그러진 셈이다.
/ 사진 출처: Bild
결국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에르나네스를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에 긴급 수혈한 데 이어 스테파노 스투라로, 로베르토 페레이라, 그리고 마리오 레미나 같은 백업 자원들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벤투스의 경기력은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에르나네스가 피를로의 역할을 대체하는 건 무리였다. 페레이라와 스투라로, 그리고 레미나 역시 경험이 부족했다. 심지어 유벤투스의 보물 폴 포그바마저 피를로와 비달, 마르키시오 같은 든든한 동료들이 이적 및 부상으로 사라지자 다소 부침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이탈리아 내에선 비달과 피를로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케디라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그러자 알레그리 감독은 이제 갓 부상에서 복귀한 케디라를 세비야와의 챔피언스 리그에 곧바로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케디라가 선수 경력 내내 부상을 달고 다니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모험이자 역설적으로 현재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상황이 심각한 상태라는 걸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알레그리의 도박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케디라는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량과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공수 모두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주었다.
실제 케디라는 주로 우측면을 커버했으나 상황에 따라 좌측면까지 전진해 포그바에게 자유도를 부여해주었다. 케디라의 보호가 있었기에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에르나네스는 편하게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었다. 마치 유벤투스 미드필드 진영의 마지막 퍼즐조각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케디라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케디라는 수비 시엔 유벤투스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내려와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했고, 공격 시엔 자주 상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세비야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유발해냈다. 이 덕에 유벤투스 측면 공격수 후안 콰드라도와 최전방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가 한결 여유있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하단 사진 참조. 왼쪽이 히트맵, 오른쪽이 터치맵).
케디라는 17분경 콰드라도의 크로스를 받아 영리하게 뒤로 내주었고, 이를 디발라가 과감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살짝 골문을 벗어낫다. 이어서 35분경 케디라는 왼쪽 측면으로 기습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크로스를 이어주었으나 디발라의 슬라이딩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아 무위로 돌아갔다. 37분경 케디라는 콰드라도의 중거리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40분경 유벤투스의 선제골 과정에서도 케디라의 숨은 공헌이 있었다. 케디라의 횡패스를 유벤투스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 슈팅은 상대 수비수 벽을 맞고 나왔다. 이를 재차 케디라가 잡아 디발라에게 전진 패스를 연결해주었고, 디발라는 곧바로 콰드라도에게 내주었다. 콰드라도가 측면 돌파 후 뒤에 있는 안드레아 바르찰리에게 백패스를 했고, 바르찰리의 크로스를 알바로 모라타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이 경기에서 케디라는 콰드라도-에브라와 함께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개의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87%로 준수한 수치였다. 무엇보다도 75분을 소화하는 동안 9,942m의 활동량을 기록했다. 분당 활동량은 132.56m로 출전 선수들 중 단연 최고에 해당했다. 마치 비달을 연상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디라의 헌신적인 공헌 덕에 유벤투스는 세비야를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20대1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마음 졸이지 않고 편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던 유벤투스 홈팬들이었다.
당연히 골닷컴 영문판은 케디라에게 평점 4점을 부여했다(골닷컴 평점은 5점 만점). 이는 콰드라도, 모라타와 함께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케디라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영국 정론지 '가디언'마저 "사미 케디라가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유벤투스는 세비야에겐 너무나도 영리한 상대였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유벤투스는 87분경 교체 투입된 공격수 시모네 자자가 추가 골을 넣으며 세비야에게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유벤투스는 챔피언스 리그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D조 1위로 올라섰다.
이제 마르키시오도 10월 중순에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다. 마르키시오까지 돌아온다면 유벤투스는 포그바-마르키시오-케디라로 이어지는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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