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푸스발 리베로] '백합군단' 다름슈타트, 승격팀 돌풍 일으키다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9. 19. 15:14

본문

2015. 10. 02

 

33년 만에 분데스리가에 승격한 '백합군단' 다름슈타트가 바이엘 레버쿠젠에게 1-0으로 승리한 데 이어 샬케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상대로도 무승부를 거두며 시즌 초반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5/16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에선 승격팀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04년 창단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승격한 잉골슈타트는 짠물 수비(7경기 6실점)를 바탕으로 3승 2무 2패를 거두며 8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르트문트전 4실점을 제외하면 6경기에서 단 2실점 밖에 내주지 않은 잉골슈타트이다. 볼프스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4라운드 경기에선 0-0 무승부를 거두며 독일 전역에 충격을 선사했다.

 

여기 또 하나의 승격팀 돌풍을 이끄는 팀이 있다. 바로 라인-마인 지역에 위치한 '백합군단(Die Lilie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다름슈타트가 그 주인공이다. 다름슈타트는 한국 축구계의 전설 차범근 前 수원 삼성 감독이 1978년 12월,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무대에 진출했던 구단으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군 문제로 인해 차범근 감독은 다름슈타트 유니폼을 입고 16라운드 보훔전 1경기 만을 출전한 채 다시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다름슈타트는 전형적인 하부 리가 팀으로 1978/79 시즌과 1981/82 시즌, 단 2시즌만 분데스리가에 속해있었다. 게다가 2010/11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4부 리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2012/13 시즌 다름슈타트는 3부 리가 18위를 기록하며 또 다시 4부 리가 강등을 목전에 놓고 있었으나 15위 키커스 오펜바흐가 재정 문제로 독일 축구협회로부터 라이센스를 받는 데 실패해 운 좋게 3부 리가에 잔류할 수 있었다.

 

이렇듯 2012/13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악몽과도 같은 시기를 보내던 다름슈타트였으나 2013/14 시즌, 더크 슈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서 환골탈태하며 3부 리가 3위와 함께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부 리가 16위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홈 경기에서 1-3으로 패했으나 2차전 원정에서 79분경 제롬 곤도르프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골로 3-1 동률을 이루었다. 연장전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110분경 빌레펠트 공격수 카츠페르 프르치블리코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종료 직전 엘톤 다 코스타가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 골로 4-2 승리를 거두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극적으로 2부 리가에 승격에 성공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빌레펠트에서의 기적(Wunder von Bielefeld)'라는 명칭과 함께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강 플레이오프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2부 리가에 승격한 다름슈타트는 시즌 초반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으나 11라운드를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며 4위(30라운드 기준)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승부처였던 31라운드와 32라운드에 2부 리가 3위 카이저슬라우턴과 2위 칼스루어를 상대로 각각 1골 차 승리를 거두며 2위로 올라섰다. 결국 상 파울리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해 2시즌 연속 승격에 성공했다. 33년 만의 값진 분데스리가 복귀였다.

 

다름슈타트의 돌풍은 분데스리가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노버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마르첼 헬러의 활약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한 다름슈타트는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간의 예상을 깨고 1-0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해냈다. 비록 바이에른 뮌헨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0-3 대패를 당했으나 6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헬러의 선제골과 종료 직전에 터져나온 줄루의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분데스리가 7라운드 현재 다름슈타트는 2승 4무 1패 승점 10점과 함께 9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11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2승 3무 2패 승점 9점, 골득실 +4)와 12위 마인츠(2승 3무 2패 승점 9점, 골득실 0)를 제치고 라인-마인 지역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다름슈타트이다.

 

오직 바이에른만이 다름슈타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베스트팔렌 주를 대표하는 명문 샬케와 도르트문트는 홈에서 다름슈타트 상대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고, 레버쿠젠은 홈에서 다름슈타트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직 원정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은 다름슈타트이다.

 

프랑크푸르트 재정 운영 담당 이사 악셀 헬만은 다름슈타트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 그들은 정확하게 언제 상대를 물어야 할 지를 알고 있다"라며 더비 라이벌을 칭찬했다. 마인츠 회장 하랄트 슈트루츠 역시 "백합군단은 거대하다. 그들은 우리가 과거에 보여줬던 승격팀 돌풍을 재연할 수 있다"라며 호평했다.

 

그러면 다름슈타트 돌풍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슈스터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슈스터는 구동독 출신 명수비수로 마티아스 잠머와 울프 키르스텐, 토마스 돌, 안드레아스 톰, 다리우스 보스츠, 올라프 마샬, 그리고 하이코 숄츠와 함께 구동독과 통일 독일 대표팀에 모두 출전한 경험을 가진 8명의 선수 중 한 명인 스타 플레이어이다.

 

2007년 은퇴 후 6부 리가 팀 두르라흐 임시 감독직을 수행한 그는 이후 쾰른 스포츠 전문대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2009년 4부 리가 구단 슈투트가르트 키커스 감독직에 부임해 본격적으로 감독 경력을 이어나갔다. 2010/11 시즌 슈투트가르트 키커스를 3부 리가로 승격시킨 그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2012년 12월 다름슈타트 감독직에 올라 팀을 극적으로 잔류시킨 데 이어 2013/14 시즌과 2014/15 시즌 연달아 승격시키며 '승격전문가'로서의 명성을 독일 전역에 떨쳤다.

 

/ 사진출처: P Stadtkulturmagazin

 

슈스터는 수비수 출신답게 수비 위주의 롱볼 축구를 통해 실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아무래도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는 다름슈타트에게 적합한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장 줄루를 중심으로 베르더 브레멘에서 임대 영입한 루카 칼디롤라와 마인츠에서 영입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 돌풍 주역 후니오르 디아스, 세리에A에서 잔뼈가 굵은 오스트리아 대표팀 오른쪽 측면 수비수 기오르기 가릭스, 헤르타 베를린에서 분데스리가 경험을 쌓았던 파비안 홀란드가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고, 이들의 앞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페터 니마이어가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다름슈타트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7경기에서 9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7경기 중 4경기가 샬케(현 3위)와 레버쿠젠(5위), 바이에른(1위), 그리고 도르트문트(2위) 같은 강팀들을 상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이적인 실점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출신 마르첼 헬러와 하노버가 자랑하던 유망주였으나 슈투트가르트에서 실패를 맛봤던 콘스탄틴 라우슈가 좌우 측면에서 다름슈타트의 역습 축구를 이끌고 있다. 최전방엔 큰 키를 자랑하는 산드로 바그너(194cm)와 도미닉 슈트로-엥겔(197cm)이 더블 포스트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공격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다름슈타트이다.

 

다만 파더보른의 전례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승격했던 파더보른은 4라운드 분데스리가 1위를 차지했고, 10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유로파 리그 진출권인 7위를 유지하며 '파더보른 동화'라는 칭송을 얻었으나 이후 급전직하하면서 최하위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러하기에 다름슈타트 미드필더 토비아스 켐페는 "물론 현 시점에서 우리 팀이 멋져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매경기 가능한 많은 승점을 획득해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프랑크푸르트 수비수 바스티안 옥치프카 역시 "승격팀은 항상 시즌 초반 황홀경에 빠져있다. 다름슈타트 선수들에게 분데스리가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아직 시즌은 길고 분데스리가에서 경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경고했다.

 

▲ 다름슈타트 미드필더 토비아스 켐페

 

다만 다름슈타트는 파더보른처럼 급속하게 떠올랐다가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더보른은 공격적인 팀 컬러를 가진 팀이었기에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다름슈타트는 지난 시즌 2부 리가 최소 실점 팀으로 이번 시즌에도 분데스리가 7경기에 9실점을 허용하며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수비가 강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름슈타트는 오는 주말, 라인-마인 더비 라이벌 마인츠와 홈에서 격돌한다. 이 경기가 다름슈타트의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마인츠전마저도 승리한다면 다름슈타트의 상승세는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인츠전에 패한다면 다름슈타트의 기세는 한풀 꺾일 위험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도르트문트전 선제골의 영웅 헬러의 인터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우리는 또 다시 마지막 순간까지 승점을 잡기 위해 온 몸을 던져 태클을 불사했다. 2-2 무승부는 정말 훌륭한 결과이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