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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서울 연고 프로축구팀의 유랑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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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19 

 

서울은 인구가 약 1,000만 명인 메가 시티다.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면 당연히 서울을 연고지로 삼고 싶어 한다. 프로야구에서는 열 팀 중 무려 세 팀이나 서울을 연고로 한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같은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키움 히어로스는 고척 돔이 홈구장이다.

프로축구에서 서울 연고 팀은 FC 서울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에서도 한때는 세 팀이 서울을 연고로 한 적이 있다. 축구 기자 시절이던 1995년, LG 치타스(현 FC 서울)와 일화 천마(현 성남 FC),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가 서울, 그것도 모두 동대문운동장(지금 그 자리에는 DDP가 들어서있다)을 홈구장으로 썼다. 그러다 보니 세 팀 모두 홈경기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관중 동원도 지지부진했다.

이때 LG가 도박을 했다. 성적은 포기하고, 관중 동원을 위해 전국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LG는 원주, 수원, 안동, 문경, 공주, 영주 등 중소도시를 돌아다니며 홈경기를 치렀다. 작전은 일단 성공이었다. 프로축구를 구경하기 위해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조금 과장해서 절반은 공짜 손님이었다고 기억한다.

문경 경기를 취재할 때 에피소드다. 문경 시민운동장에 가기 위해 난생처음 문경 행 시외버스를 탔다. 고속버스도 없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무조건 택시를 탔다. 당연히 기본요금 거리인 줄 알았는데 웬 걸. 하염없이 달렸다. 막 화를 내려는 순간, 기사 아저씨의 말에 기가 막혔다.

 

사진=서울시 체육시설 관리사업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문경 시민운동장은 점촌에 있어요."

세상에. 문경 운동장이 왜 점촌에 있냐고. 26년 전인데 택시 요금으로 1만원을 넘게 냈다.

그 다음 해인 1996년, 서울 연고지 세 팀은 모두 서울에서 쫓겨났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지방축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부와 축구협회의 방침 때문이었다. LG는 안양으로 옮겨 '안양 LG 치타스'가 됐고, 일화는 '천안 일화 천마', 유공은 '부천 유공 코끼리'가 됐다.

그러다가 2002년 월드컵 이후 2004년, LG가 'FC 서울'로 명칭을 바꾸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유일한 서울 연고 프로축구팀이 됐다. 따라서 1995년 이후에는 서울 팀끼리의 경기가 없었는데 토너먼트 대회인 FA컵(축구협회 컵) 3라운드에서 FC 서울이 서울 이랜드 FC를 만나면서 '서울 더비'가 성사된 것이다.

서울 이랜드 FC는 2014년 창단한 2부 리그 팀인데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장정용 감독을 영입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4월 14일 벌어진 '서울 더비'에서 원정 경기임에도 FC 서울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독일에서는 FA컵에서 가끔 5부 리그 팀이 1부 리그 팀을 꺾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프로축구 승강제도에 따라 서울 이랜드가 2부 우승을 해서 1부로 승격이 된다면 수시로 서울 더비가 벌어지게 된다. 수원은 이미 수원 FC가 승격이 돼 기존의 수원 삼성 블루윙스와 '수원 더비'를 벌이고 있다.

같은 연고 팀끼리의 '더비(Derby)'는 팬들의 관심을 높이고, 활성화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이랜드의 승격을 기대해 본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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