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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슈팅 47회 1골' 리버풀, 창도 날개도 없다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9. 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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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9. 24.

 

리버풀이 4부 리그(리그 2) 칼라일 유나이티드와의 캐피탈 원 컵 3라운드 경기에서 연장 접전 내내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1-1 무승부에 그쳤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어렵게 4라운드에 진출했다.

명예회복에 나선 리버풀이 캐피탈 원 컵 3라운드 경기에서 4부 리그 구단 칼라일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승부차기 끝에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으나 브랜던 로저스 리버풀 감독이 약속했던 화끈한 공격 축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아담 보그단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선방해주지 않았더라면 자칫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을 지도 모를 리버풀이었다.

안 그래도 최근 리버풀은 공식 대회 5경기 무승(3무 2패)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자연스럽게 로저스를 경질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리버풀 현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칼라일전을 앞두고 리버풀 팬들은 로저스 경질 위약금 모금 운동에 나섰고, 경기 내내 "넌 내일 아침 해고될 거야(You're sacked in the morning)"라는 구호를 외쳤다. 벌써부터 주말 애스턴 빌라전에 리버풀 팬들은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위르겐 클롭 코스프레(클롭의 트레이드 마크인 야구 모자에 안경에 트레이닝탑)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저스 감독도 위기감을 느껴서일까? 캐피탈 원 컵을 전후로 가지는 정기 기자 회견에 연달아 빠졌다. 이로 인해 수석 코치 게리 매칼리스터가 대신 기자회견장에 나서야 했다. 리버풀 소유주인 FSG(펜웨이 스포츠 그룹 Fanway Sports Group)는 지속적으로 로저스에 대한 신임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현재 사면초가에 몰린 로저스이다.

 

그러면 리버풀의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루이스 수아레스가 2014년 여름, 팀을 떠난 이후 고질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결정력 부족에 기인하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8경기에서 팀 득점 52골(경기당 1.37골)에 그치며 팀 득점 7위에 그쳤다. 팀내 최다 골 득점자는 스티븐 제라드로 9골이 전부였다. 단 한 명의 선수도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하지 못한 리버풀이었다.

이에 리버풀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크리스티안 벤테케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대니 잉스, 그리고 제임스 밀너를 영입한 데 이어 이미 릴에서 임대로 뛴 디보크 오리기까지 복귀시키며 대대적인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약 7000만 파운드(한화 약 1274억)에 가까운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하며 수아레스의 빈 자리를 메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리버풀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공식 대회 8경기에서 리버풀이 기록한 총 득점은 6골이 전부다. EPL로만 국한시키면 6경기 4골을 기록 중에 있다. 이번 시즌 EPL에서 리버풀보다 골이 적은 팀은 강등권(19위)에 위치한 뉴캐슬 유나이티드(3골)이 유일하다. 경기당 슈팅 횟수는 14.2회로 EPL 20개 팀들 중 6위에 올리고 있다(뉴캐슬은 8.3회로 최소 슈팅). 즉 슈팅 대비 득점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에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2일,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9분 만에 5골을 넣자 "레반도프스키가 9분 만에 리버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올리며 간접적으로 리버풀의 득점 부족 문제를 꼬집었을 정도이다.

특히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라도 사로잡힌 듯 지나치게 슈팅을 남발하고 있다. 실제 쿠티뉴는 이번 시즌 EPL에서 무려 28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정작 스토크 시티와의 개막전 결승골 외에 더 이상의 골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번 시즌 EPL 선수들 중 아스널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31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슈팅 기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PL 팀 득점의 절반(2골)을 책임지고 있는 벤테케마저 지난 주말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다니엘 스터리지가 장기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아직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기에 벤테케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리버풀의 또 다른 문제는 전문 측면 미드필더가 없다는 데에 있다. 지난 시즌엔 라힘 스털링이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팀 공격의 활로를 풀어나갔으나 이번 시즌엔 스털링의 역할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

사실상 스털링 대체자로 영입한 피르미누는 호펜하임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뛴 선수다. 하지만 쿠티뉴와의 공존을 인해 이번 시즌 내내 측면에서 출전하고 있다. 문제는 피르미누가 아직 리그 적응도 되지 않은 마당에 포지션까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뛰다보니 경기 내내 정체성을 잃은 채 배회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식으로 활용할 것이었다면 피르미누를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담 랄라나 역시 전문 측면 미드필더는 아니다.

그나마 리버풀이 보유하고 있는 만 19세의 전문 측면 미드필더 조던 아이브는 아직 주전으로 뛰기엔 미숙하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뛴 밀너는 리버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고정되어 뛰고 있다. 애당초 밀너가 리버풀 이적을 선택한 이유가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싶어서이다. 그러하기에 전문 측면 미드필더가 전무한 상태에서도 밀너를 측면에 보내는 결단을 보이지 못하는 로저스 감독이다.

칼라일과의 캐피탈 원 컵 3라운드는 리버풀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는 4부 리그 팀이다. 당연히 경기는 리버풀이 주도했다. 점유율에서 6대4로 앞섰고, 슈팅 숫자는 무려 47대5로 상대를 압도했다. 심지어 유효 슈팅 숫자에서도 16대2였다. 코너킥 역시 19대3으로 리버풀이 크게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결과는 120분 연장 내내 1-1이었다.

게다가 120분 연장 접전을 치르는 바람에 주말 리그 경기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체력은 소진될대로 소진된 상태다. 이에 더해 주말 벤테케에 이어 칼라일과의 경기에선 피르미누마저 35분경 부상을 당해 디보크 오리기로 교체됐다. 말 그대로 악재란 악재가 모두 겹친 리버풀이다.

승점제로 치러지는 리그에선 무엇보다도 골이 필요하다. 골을 넣어야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격수가 수비수에 비해 몸값이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4부 리그 팀을 상대로 47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120분 동안 1골 밖에 넣지 못하는 득점력이라면 리그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제 리버풀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공격 전술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오든지 아니면 감독을 교체하든지 결단이 필요하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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