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변비는 모든 이들의 고통이다. 나와야 할 게 안 나오는 고통…이걸 어찌 필설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옥주현이 안나오면 쳐들어가겠다며, 선전포고까지 하였을까?
이런 변비의 고통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아로새겨 졌는데, 요즘 처럼 안 나오면 쳐들어가겠다는 선전포고를 할 정도의 의학기술(?)이 없었던 조선시대…. 과연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변비치료에 나섰을까? 이 변비치료 덕분에 효자문(孝子門)까지 덤으로 얻게 된 사연…아니 효자문을 위해 변비치료를 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님도 보고, 뽕도 땄던 조선시대 변비치료의 뒷이야기를 살펴보러 가보자.
“사또! 정읍현의 원국이란 자가 아버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단지(斷指)를 하였다 하옵니다!”
“뭐…뭐야? 그래서?”
“뭐 대충, 원국이 아버지는 자리 털고 일어났고, 정읍현감은 원국이를 조정에 효자로 상신했고, 지금 효자문을 지어준다는 최종 결과가….”
“이런 된장! 옆에 동네는 허구 헌 날 효자에 열녀야! 야! 우리 고을에는 왜 이런 놈이 하나도 없냐? 엉? 어이 이방 무슨 대책을 내놔봐!”
“그…그것이 효자라는 게 나오라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닌지라….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심이….”
“죽을래? 가뜩이나 근태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열녀는커녕 그 흔한 효자 한명 안 나오니…. 이러니까 내가 계속 정읍현감한테 밀리는 거 아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효자 한명 데려와 봐!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관찰사한테 닦인다니까!”
그랬다. 당시 조선은 유교식 모범사례 전파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효자와 열녀의 발굴 표창 및 홍보였다. 나라의 기본 컨셉을 ‘유교’로 잡은 이상 통치의 기본 틀을 유교로 잡고 이를 확대 전파 시키는 것이야 말로 나라의 기본틀을 완성시키는 첩경이었던 것이다. 해서, 각 고을에 수령으로 내려간 현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효자와 열녀 발굴에 앞장섰던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근태기록’에 플러스가 되는 상황!
“안되겠어. 어이 이방! 넌 지금 당장 우리 고을 안에 있는 효자들 전부 데려와!”
“사또, 우리고을에 효자가 어디 있다고….”
“이 자식이 데려오라면 데려와! 부모님 모시고 있는 16세 이상의 애들은 무조건 소집해!”
“아니, 걔들은 데려와 뭐하시게요?”
“이 자식이 귓구멍에 살이 쪄서 말귀를 못 알아듣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후딱 모아오면 될 것을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너 밥 숟가락 놓고 싶냐?”
“아…아닙니다요.”
이리하여 이방은 부지런히 고을 안에 있는 16세 이상의 성인 남녀들을 모아오는데,
“사또…효자, 아니 효자 후보들을 모두 모아왔습니다.”
“그래? 알았다. 어디 한번 가보자구.”
사또 보무도 당당히 동헌으로 향하는데, 이미 동헌 앞에는 고을의 선남선녀들이 쭉 도열해 있었으니,
“에또, 공사다망한데, 일케 네들을 부른 것은…사회에 만연해 있는 퇴폐풍조를 일신하고,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부모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해야 겠지 않겠냐는 마음에서 이다.”
“그게 뭔 소리되유, 사또?”
“한마디로 말해서 네들을 효자 효녀로 만들기 위한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거지. 쉬운 말로 하면, 효자 제조 집체 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뭐 그런거다.”
“에이, 우리도 효자가 뭔지는 다 알고 있구만유. 집에서두 부모님한테 잘 하는데, 뭔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리 바쁜 사람을 불러 모은 거예유? 지들이 다 알아서 잘 모시고 있으니까 사또 어른은 걱정 안하셔두 되구먼유.”
“그럼유, 지들이 알아서 잘 모시고 있구먼유.”
“야야, 잘 모시면 뭐하냐고! 성과가 없잖아 성과가!”
“성과가 먼데유?”
“뭐 이를테면 정문(旌門 : 충신·효자·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하여 그의 집 앞이나 마을 앞에 세우던 붉은 문. 홍문紅門이라고도 했다)을 국가에서 내렸다던가, 아니면 복호(復戶 : 일종의 세금 면제로 전세田稅와 요역을 제외한 모든 세금을 면제받는다)를 받았다던가 하는…뭐, 내 말은 눈에 띄이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거지.”
“꼭 그렇게 정문(旌門)을 받고, 복호(復戶)를 받아야지만 효잔가유? 그냥 지성으로 부모님을 섬기면 그게 곧 효자지 뭐가 효자겠슈? 지는 이런 교육 안 받아도 되니까 얼른 집에 보내주세유. 가서 김도 매야 하고 정신 없구만유.”
“아따, 촌놈시키들. 야! 네들 효자문 하나 생기면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어? 그건 인마, 고을의 영광이자 가문의 영광이야! 대대손손 너네들 자식들이 네 이름 기억해 주고, 국가 차원의 실록에 네들 이름 올라가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건 줄 모르냐? 그리고 인마 가뜩이나 경기 어려운데, 세금 한 푼 안내는게 다 어디냐?”
사또의 한마디에 동헌 앞뜰에 모여 있던 효자 효녀 예비 후보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는데, 초특급 대하 울트라 변비 사극 ‘부모님의 변비를 치료하라!’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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