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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황금연휴를 찾아라!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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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시작과 함께 샐러리맨들의 탄식이 하늘을 뒤덮었는데, 이유인즉 연휴기간이 공휴일과 겹치는 통에 쉴 날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올 추석 연휴였는데, 추석이 일요일 날 끼여 있는 통에 토, 일, 월 겨우 3일만 쉴 수 있게 되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내년도 추석연휴는 잘하면 9일짜리 초대박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란 사실에 다들 올해의 짧은 추석연휴를 참아낼 수 있었는데, 그러나 어쩌랴? 그 뒤로 십여년 가까이는 다시 짧은 연휴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자, 그런데 말이다. 새해만 되면 달력을 받아들고 빨간날을 꼽는 직장인들의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일이었을까? 조선시대에도 조정 관원들이 새해만 되면 달력을 찾아들고 빨간날을 손꼽았다면 믿으실 수 있을런지? 조선시대 관원들의 빨간날 찾기 경쟁을 찾아가 보자!
 
“아, 이런 천인공노상을 수상할 엿 같은 병인년 같으니라고, 어떻게 된 게 연휴가 법정공휴일이랑 원나잇 스탠드 해버리는 시츄에이션이냐구!”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매일 묘시(卯時 : 오전 5시~7시)에 출근해 유시(酉時 : 오후 5시~7시)에 퇴근하는 생활도 지긋지긋 하다니까. 거기다 툭하면 숙직이고 말야…. 하루 12시간 근무야. 12시간! 아니, 우리가 무슨 계약직이야? 파견 근무자야? 공무원한테 하루 12시간이 뭐냐고! 법정 노동시간은 지켜줘야 할 거 아냐! 일주일에 72시간은 너무 빡세잖아!”
 
“그래! 안되면 법정공휴일을 늘려주던가, 연월차 수당을 올려주던가 말야.”
 
“어이, 아저씨들. 지금 뭐하자는 토킹 어바웃이예요? 이 험난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아가미로 용트림 소리하고 자빠지고 있는 거야? 엉! 그렇게 다니기 싫으면 옷 벗으면 될 거 아냐! 지금 당장 공무원 할 사람 선착순으로 뽑는다면, 광화문에서 부산까지 4열 종대로 두바퀴를 돌려, 이 개스런 자식들아! 씰데없는 소리는 모공 깊숙이 감추고 네들 업무나 하세요!”
 
“영감! 아무리 그래도 말입니다. 올해는 너무 심합니다.”
 
“뭐가 심한데?”
 
“올해 입춘은 8일이었죠, 춘분은 15일이었구요. 하지도 23일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개스런 상황입니까?”
 
그랬다. 조선시대에도 정기휴일이 있었으니, 매달 1일, 8일, 15일 23일 이었다. 이날은 무조건 쉬는 날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각 절기(입춘, 경칩, 입하 등등 24절기)에도 쉬었기에 한 달 평균 6일의 법정공휴일이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거야 뭐 로또 같은 확률이다 보니까, 인마! 그 정도 쉬었으면 됐지. 또 뭘 바래?”
 
“이런 게 어디 있슴까! 샐러리맨의 유일한 낙이 뭡니까? 룸빵가서 오입질 하고 술마시는 거 빼고는 빨간 날 기다리는 게 유일한 낙이지 않슴까! 크흑,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9일짜리 대박 추석 연휴도 있다는데…. 우리는 고작 추석날 하루 쉬는 게 다라니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이 자식이 귓구녕에 살이 쪄서 말귀를 못 알아듣나? 이눔 자식아, 추석은 하루밖에 못 쉬어도 대신에 대보름에는 3일이나 쉬고…. 그래 설날에는 일주일이나 쉬잖아! 연등회때도 3일이나 쉬니까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휴일이랑 쌤쌤이잖아!”
 
“영감! 그래도 너무 짭니다! 대한민국은 그래도 주5일 근무인데…우리는 한 달에 6일 밖에 못 쉬잖습니까.”
 
“…이것들을 그냥 확!”
 
“우리도 대한민국 공무원처럼 연휴를 보장해 주십시요!”
 
“네 마음대로 하세요다, 이 개잡것들아. 연휴를 내가 정하냐? 서운관(書雲觀 : 천문, 역수,측후 등등을 담당하는 조선시대 관청. 1년의 절기를 계산해 공표하는 곳이다) 가서 알아봐!”
 
이리하여 매년 연초만 되면 조정의 관리들은 너나할 거 없이 서운관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야야, 올해 연휴 얼마나 끼어있냐? 1, 8, 15, 23일 날 절기가 몇 개나 끼어 있냐?”
 
“어허, 좀 제대로 계산하라니까! 어떻게 8일날이 한식이 되냐고!”
 
“이 사람들아, 자네들 한마디에 온 조정의 올해 운명이 달려있는 거 아냐. 좀 제대로 계산해 보라니까!”
 
“이 사람아 지금 측우기 발주건 때문에 정신 없구만, 지금 연휴가 중요해?”
 
“공무원 생활의 기본이 뭔데? 지금 그따위 측우기가 중요해? 연휴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냐의 결정적 순간인데!”
 
이리 되었던 것이다. 음력 달력을 쓰는 고로, 일일이 절기를 계산해야 하는 서운관 관리들은 매년 연초만 되면, 동료 관료들과 직속상관들에게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았던 것이다. 물론, 연휴를 하루 더 늘리기 위해 달력을 바꾸는 경우는 없었지만, 연휴 계산을 빨리 마쳐 언제언제 놀 수 있다는 걸 재빨리 보고 하는 일이 서운관의 주요한 임무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에게 연휴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삶의 목표였었던 걸 보면, 인간사 오십보 백보라고 사람사는 것은 엇비슷하였다는 걸 확인하는 대목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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