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21. 조선시대의 성매매 금지법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28

본문

저번 회에서 국가 차원으로 기생을 양성하는 장악원(掌樂院)이란걸 만들었다는 것 까지 설명 드렸다. 이제 그 뒷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잘 따라들 오시라. 자, 장악원에서 기생을 뽑아 교육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덜컥 문제가 터졌다. 무슨 문제? 기녀들의 숫자가 폭증한 것이었다. 공노비의 숫자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기녀의 풀(pool)이 늘어난 것이다.

 

이리되자 기녀들도 다시 일패, 이패, 삼패로 세분화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일패(一牌)는 말 그대로 기생을 말하는 것인데, 사대부를 상대로 연회에서 춤도 추고, 접객도 하는 무리들이다. 이패(二牌)는 은근자(殷勤者)라 불리는데, 말 그대로 은밀하게 매춘을 하는 기생들이었다. 기생이긴 기생이지만, 좀 수준이 떨어지는 부류였다. 마지막 삼패(三牌)는 탑앙모리라고 불리었는데, 매춘을 주업으로 하는 기생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삼패의 경우 접객행위를 할 때 함부로 일패가 부르는 노래나 소리를 할 수 없다고 규제되어 있었다. 이들이 부를 수 있는 건 잡가뿐이었다. 보면 아시겠지만, 이들은 술마시며 노래 불러주고, 그러다 흥이 돋아 몸을 파는 케이스로 매춘을 했었던 것이었다. 자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약간 좀 미묘한 문제가 터져 나왔으니, 바로 조선이란 나라의 컨셉이었다.
 
“유교를 나라의 기본 컨셉으로 잡고, 예(禮)와 의(義)를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조선에서 성매매를 법으로 엄금하기는 커녕! 오히려 장악원을 만들어 기생을 양성하고, 이도 모자라 일패, 이패, 삼패로 기생등급을 메겨 계층별로 몸을 팔게 하다니! 이게 어찌 도학(道學)의 나라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성매매 금지법을 제정해 이 나라를 다시 도학의 나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
 
“왜 말들이 없으십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지방에 내려가 백성들을 다스려야 하는 수령들이 내려가자마자 관기들을 전부 소집해 수질검사를 하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기생을 골라 수청을 들게 하는 게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입니까? 나라에서 나가요걸을 양성하고, 공무원들에게 배분해주는 시스템…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선 초기 장악원을 만들고, 관기들에게 지방수령들에 대한 수청을 의무화 시킨 것. 뭐가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된 상황. 문제는 여기에 대한 당시 조정관료들의 반응이었는데,
 
“이 사람이 아직 인생을 덜 살았구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것을…나도 젊었을때는 저랬다니까…. 좀 진정하라고”
 
“대감들! 그럼 관기를 뽑고, 지방수령들의 수청을 드는 것이 잘한 것이란 말입니까?”
 
“잘한 건 아니지만, 이게 또 필요악이란 말이 있잖아? 안 그래? 사람 살아가다 보면,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양하는 그런 일도 하게 된다니까.”
 
“그 필요가 뭡니까?”
 
“일단은 대왕대비전이나 대비전에서 심신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 위해 연회를 베풀 때…. 이게 또 경호의 문제도 있고 해서 외부에서 사당패를 끌어올 수도 없는 거잖아 안그래? 이런 상황에서 뭔 방법이 있겠어?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아예 상설화를 시켜서 직접 양성하면 좋잖아. 기왕 뽑은 기생들이니까 놀려먹기도 그러니까 대왕대비전이나 대비전 공연 마치면 주상전하 공연때도 나오고…가끔 우리들이 부를수도 있고 말야. 이게 다 규모의 경제라니까!”
 
“그럼 지방 수령들의 수청은 왜 드는 겁니까? 공연만 하면 됐지. 왜 몸까지 팔아야 하는 겁니까?”
 
“이 사람이…오해를 하고 있구만. 그 뭐시냐, 그래 변방에서 철책 근무하는 지휘관들…그게 또 어디 사람 할 짓이냐? 너 GOP 안 들어 가봤지? 거기 사람 살데 아냐. 그런데서 근무하는 지휘관들 가끔 몸도 풀고 해야 사기도 오르고, 사기가 올라야 부대지휘도 잘 할 거 아냐? 이게 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 거야.”
 
“아니 그건 정신대가 아니고 뭡니까? 우리가 쪽바리 놈들이 우리 처자들 끌고 가 정신대 만들었다고 입에 거품 물고 항의 하고 있는데, 우리가 쪽바리 놈들 하는 짓을 그대로 따라 하다니요!”
 
“워~워~ 좀 진정해봐 일단 Come down하고, 그게 또 말처럼 쉬운게 아니거든, 사기진작 차원이라니까. 군이란 게 특수조직체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백번 양보해 군대는 넘어 간다 칩시다. 현령들 수청은 왜 드는 겁니까?”
 
“이 사람이 형평성도 몰라? 누군 하고, 누군 안 해봐! 그게 얼마나 열 받는데…. 기왕 하는 거 그거 뭐 닳는거도 아닌데, 한번씩 다 하면 다 좋은 거 아냐?”
 
이랬던 것이었다. 조선시대…유교의 나라 예(禮)와 도(道), 의(義)에 죽고 살던 조선의 관료들은 장악원과 관기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변명을 했던 것이었다. 장악원의 존재 이유는 대왕대비와 대비마마의 연회를 위해서였고, 지방 관기들의 수청은 군(軍)사기 앙양과 공무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그 이유라 말했던 것이다. 정말 억지스런 답변이었지만, 조선왕조 5백년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관기의 존재이유는 이렇게 정리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정신대’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유. 그러나 그 이유가 5백년이나 통용되었던 시대…조선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나라란 느낌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