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史說] '축구대표팀 음주' 무마사건

2021. 03. 08 

 

때는 1995년이다. 당시 한국에는 코리아컵 축구대회(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만들어져 처음에는 '박대통령컵(일명 박스컵)'이라고 불렸다)라는 국제대회가 있었다.

한국대표팀은 홈팀임에도 잠비아에 무기력하게 패해서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때 MBC가 특종을 터뜨렸다. 당시 박종환 대표팀 감독이 "경기 전날 주축선수 몇 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서 음주했다"고 말했다는 것. MBC는 술집까지 찾아가 종업원으로부터 "대표선수들이 와서 술을 먹었다"는 확인 멘트까지 땄다. 완벽한 특종이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대회 도중이었고, 주축 선수들이 징계를 먹으면 대회를 치를 수 없을 정도였다. 축구협회(더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그런 일은 없었다. MBC의 오보"라고 수습에 나섰다. 박종환 감독은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술집 종업원은 행방불명이 됐다. MBC는 방방 뜨며 후속 취재에 나섰고, 나를 비롯해 타 언론도 취재를 했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부인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됐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있던 일도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일이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직도 당시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요즘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학폭'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여자배구 이다영에 대한 폭로에서 시작돼 연예계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부는 빨리 인정했지만 일부는 부인하고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엄격히 따지면 과거 학교 재학 때의 폭력 사건으로 지금 징계나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선수 본인이 자숙하는 의미에서 사과하고, 은퇴할 수는 있다. 또한 소속팀에서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자체 징계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 징계할 근거는 없다.

이 선수들이 학폭 당시에 엄격한 징계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성적을 내기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불법과 불의에 눈을 감은 결과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불의한 일을 저질렀을 때 주위에서 눈을 감으면 당사자는 더 기고만장해질 것이고, 솜방망이 처벌은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된다.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을 다시 생각한다. 스포츠맨이 가져야할 정직, 책임, 공정성, 예의 등이다. 그것은 일반인에 비해 더욱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운동을 잘하는 능력이 스포츠맨십보다 상위에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스포츠계 전체를 뒤집어놓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학폭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은 '바늘 도둑'일 때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알고도 묵인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규정은 디테일까지 치밀해야 하고, 처벌은 엄격해야 한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스포츠계에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