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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GS칼텍스의 비밀병기 '플로터 서브'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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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 15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선수 이다영, 재영 자매가 쏘아올린 학폭 후유증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들 자매와 '월드 스타' 김연경까지 가세한 흥국생명은 2020~21시즌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쌍둥이 자매가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당한 뒤 추락하며 우승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지난 2월28일에 열린 1위 흥국생명과 2위 GS 칼텍스의 경기에 배구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GS 칼텍스의 3-1 승.

그런데 이 경기에서 유독 내 눈에 띈 선수가 있었다. GS 칼텍스의 세터 안혜진이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연속 서브 득점을 올리더니 경기 내내 위력적인 플로터 서브(Floater Serve)로 흥국생명을 흔들었다.

플로터 서브는 일명 '무회전 서브'다. 손목을 고정시킨 채 손바닥으로 공의 중앙을 밀 듯이 때리면 공이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리며 날아가 리시버를 혼란시킨다. 야구의 너클볼(Knuckle Ball)이나 축구의 무회전 킥과 비슷하다.

남자 선수들은 주로 스파이크 서브를 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유독 안혜진의 서브는 위력적이었다.

TV로 보면 속도도 느리고 평범한 서브 같은데 왜 프로선수들이 받지 못할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 플로터 서브는 일명 '무회전 서브'다. 손목을 고정시킨 채 손바닥으로 공의 중앙을 밀 듯이 때리면 공이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리며 날아가 리시버를 혼란시킨다. 야구의 너클볼(Knuckle Ball)이나 축구의 무회전 킥과 비슷하다.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배구 기자를 하던 1997년, 강만수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 팀을 따라 네덜란드 출장을 갔다. 당시 월드 리그는 홈 앤드 어웨이로 열렸다.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그로닝엔으로 이동했는데 인구가 2만 명 조금 넘는 소도시였다. 네덜란드 남자배구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인 세계 최고 팀이었는데 이런 소도시에서 경기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신문을 보고 바로 이해했다. 스포츠 4개 면 중에 3면이 모두 프로축구 아약스에 관한 기사였다. 비시즌이었는데도. 배구 기사는 딱 1단이었다. 유럽은 무조건 축구다.

그 곳 배구장의 기자석은 엔드라인 쪽에 있었다. 보통 기자석은 네트가 있는 중앙에 있는데 이 곳은 매우 특이했다. 거기에서 나는 플로터 서브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게 됐다. 중앙 기자석에서 봤을 때는 그냥 평범한 서브인 줄 알았는데 엔드라인 쪽에서 보니 공이 흔들흔들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눈이 이상한 줄 알았다. 진정 마구였다. 이러니 리시브가 흔들릴 수밖에 없지.

이후부터 배구장에 가면 엔드라인 쪽에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스파이크 서브도 똑같은 것이 아니라 직선으로 날아오는 것과 크게 휘어져 오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해가 되지 않던 것이 시각만 조금 바꾸면 금방 이해되는 진리를 배구장에서 알게 됐다.

이 경험은 다음 해인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취재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당시 세계 축구의 추세는 4-4-2였지만 한국은 3-5-2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언더독인 한국이 상대의 무시무시한 투톱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두 명의 스토퍼(Stopper)가 맨투맨으로 막고, 그 뒤를 스위퍼(Sweeper)가 받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상대 감독으로부터 "한국은 스위퍼가 뒤에 쳐져있어서 오프사이드 걱정 없이 마음껏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한국의 클럽 팀조차도 3-5-2를 쓰는 곳이 없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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