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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한 여름 위험한 '폭염축구', 이대론 안 된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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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19. 

 

7~8월은 한국축구에 있어 각종 학원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달이다. 초·중·고·대 주말리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어린 선수들은 학기 중 주말리그를 뛰고, 방학 중 토너먼트를 출전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언론도 그렇다. 여름엔 모처럼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는 구장을 찾아 유망주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풋풋함을 느끼고, 관련 소식을 전한다.

올 여름 주목한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처음 개최한 ‘K리그 U-18 챔피언십’이었다. 갈수록 학원 팀과의 실력 차를 벌리면서 K리그 산하 고교 팀간 토너먼트를 별도 창설하게 됐는데, 특징은 모든 경기를 야간에 치렀다는 것이다. 구장마다 오후 6시와 오후 8시30분 등 두 경기가 열려 포항의 밤을 밝혔다. 결승은 한국에서 최초의 전용구장 포항 스틸야드에서, 역시 오후 7시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김진형 프로연맹 차장은 “지난 2월 이 대회가 구상될 때부터 전 경기를 저녁에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만큼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참가팀들도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K리그 경기를 위한 조명은 1500룩스가 되어야 하지만, U-18 챔피언십은 500룩스 안팎 조명에서 치러졌다. 김 팀장은 “공이 안 보여서 골을 먹었다는 하소연은 못 들어봤다. 이 정도 밝기면 충분히 고교 대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본 한 축구인은 “연령별 대표가 아니면, 대학까지 야간 경기를 한 번도 못하고 프로에 가는 선수들도 허다하다. 이렇게 야간 경기를 펼치면 선수들도 조명에 적응할 수 있고, 언젠가 스틸야드 같은 곳에서 뛰어야 겠다는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다”고 호평했다.

 

▲ 광양제철고 최익진이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K리그 U18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울산현대고 수비진을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64개 전 경기가 야간에 열려 큰 박수를 받았다. /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땡볕 축구’는 어느 새 7~8월 각종 축구대회를 지배하는 흐름이 됐다. 어린 선수들은 축구공과 싸우기 전에, 한낮 무더위와 먼저 싸우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예년처럼 그런저런 더위라면 모르겠다. 올해는 ‘100년 만의 더위’라고 불릴 만큼 찜통 속에서 이틀에 한 번, 심하면 하루에 한 번 볼을 차는 일이 일어났다. ‘땡볕 축구’에서 ‘폭염 축구’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국내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폭염은 또 오기 마련이다. 당연히 축구보다 선수들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그나마 시원하다는 동해안도 무더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큰 사고가 언제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학원 토너먼트 현장에서 들었던, “누구 하나 죽어야 바뀔 것이다”는 학부모들 푸념은 지금 이 ‘폭염 축구’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 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선수들 기량 향상도 기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전반 20분이 지나고 나면 선수들 체력 싸움이 되어 볼 게 없다”는 소리가 여름 각급 대회 현장을 관찰하고 돌아온 연령별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폭염 축구’는 결국 비용 절감 차원이 크지만, 돈이 안전과 기량 향상을 앞설 수는 없다. 최상급 단체인 대한축구협회부터 어린 선수들이 무더위 속에서 ‘헉헉’ 소리를 나지 않게 할 제도를 연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폭염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던 이 달 초, 한 의경이 정오에 열린 경찰 체육대회에서 축구를 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의경은 축구선수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런 불상사가 초등학교 대회에서, 중학교 대회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한 여름 여러 아마추어 대회를 다녀본 필자가 전하는 고언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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