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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한국배구의 미래들에게!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9. 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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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07

 

나는 지난 3월부터 틈나는 대로 유소년과 중고배구대회를 보러 다녔다. 많은 배구인이 걱정하는 어린 엘리트 선수의 급감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중고배구선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 3월 태백산배 전국남녀중고배구 대회를 시작으로 5월 종별선수권대회, 그리고 협회장기 전국 유소년배구 대회까지 차례로 대회장을 찾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한국 배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태백산배 전국 남녀중고 배구대회

아직은 봄기운이 찾기 전이던 지난 3월 강원도 태백에서 경기가 열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내경기장의 집합금지로 인해 관중이 올 수 없었고, 모든 경기장에서는 PCR 검사가 필수였다. 무관중으로 열리는 경기라서 선수들도 연습경기를 하듯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고배구대회는 상대가 아무리 강한 팀이라고 해도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경기 리듬이 경기력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응원하는 목소리 하나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던 만큼 단체 감염으로 기권을 하는 중학교 팀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코트에 나선 선수들이 터무니 없는 경기력이 아니라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뛰어난 경기력으로 내 눈을 사로잡은 선수도 몇몇 찾을 수 있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이 선수들의 존재가 나도 모르게 경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종별선수권 대회

충청북도 제천에서 열린 종별선수권대회는 코로나19 집합금지가 풀려 117개 팀이 참가했다. 관중 입장도 허용돼 많은 학부모가 대회장을 찾아 경기장을 응원 소리로 가득 채웠다. 덕분에 두 달 전 태백산배 때와는 달리 대회장이 활기 찬 느낌이 들었다. V리그가 끝난 만큼 여러 팀의 관계자들도 대회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학부모의 응원과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의 영향에 코트 위 선수들의 움직임 역시 더욱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별선수권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배구인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가 큰 대회다.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대회장에서 나를 알아본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을 정도로 많은 배구인이 제천을 찾았다.

 

​내게 종별선수권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다녔던 벌교상고의 창단 첫 우승 대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많은 현장의 지도자에게 다양한 어려움을 들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온 신경을 쏟아도 부족할 상황에서 선수 수급은 물론, 부족한 운동 시간과 지원금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협회장기 전국 유소년배구대회

5월 충청북도 단양에서 열린 대한민국배구협회장기 전국유소년배구대회는 순수 아마추어 대회다. 많은 스포츠가 클럽화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클럽선수들의 실력이 궁금했다. 올해부터 아마추어 대회도 경기방식을 9인제에서 6인제로 바꿨다. 이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아마추어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부분은 많은 학생 선수가 참여했고, 경기에 임하는 이들의 열정이 기존 엘리트 선수만큼 뜨거웠다는 점이다. 물론 폼이나 움직임은 엘리트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다. 하지만 경기를 대하는 진지함과 점수를 땄을 때의 환호성은 기존의 엘리트 선수들과 다른 차원이었다.

​배구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얼굴에 묻어 나왔다. 승패의 중요성보다 그저 배구를 하고, 코트에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엘리트선수들에게서 느끼지 못한 배구에 대한 진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멋진 경험이었다.

 

즐기는 것과 부담감의 사이는 어디일까?

​엘리트 대회와 아마추어 대회를 고루 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어릴 때 어떻게 운동을 했으며, 프로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운동을 했을까’ 그리고 ‘선수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즐기고 배구를 사랑했을까’ 나 자신까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엘리트 선수들은 지금 얼마나 경기를 즐기면서 배구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백산기와 종별선수권을 보면서 즐겁게 배구를 해도 부족할 어린 선수들이 승패에 큰 부담을 갖는 모습을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아쉬움이 드는 모습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겁없이 배구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각 팀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하면서 정형화되는 것은 훈련 시스템이어야 한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제스처까지 정형화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기계처럼 모두가 비슷하게만 느껴졌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그 실수가 습관이 되면 안 된다. 하지만 실수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중, 고등학생 선수는 겁 없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프로무대에 와서 그간의 경험을 경기력으로 꽃피워야 한다. 중, 고등학교 시절의 기량이 자신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중, 고등학교 선수들이 코트에서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은 그저 혼나지 않기 위한 배구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훈련하며 준비한 것을 코트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지지 않기 위해 안전한 배구만 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욕을 먹지 않기 위한 책임회피성 배구였다.

어린 선수일수록 겁없이 경기할 때 더 좋은 경기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뛰쳐나오는 경우가 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연습하고 준비한 것을 얼마나 자신 있게 코트 위에서 시도하고 경험하느냐다. 물론, 운동선수로서 승패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학생 선수들에게는 자신이 준비한 것을 코트 위에서 선보이고 난 뒤 그에 따르는 결과를 자신이 생각했을 때 다음 경기,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엘리트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는 다르다. 엘리트 선수는 내 점수 하나하나 때문에 학교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 ‘누구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코트에 나서는 선수라면 엘리트, 아마추어를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코트 위에서 즐기는 선수가 되는 것은 그 어떤 기술보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되어야 한다.

배구를 좋아해야 코트 위에서 진정성 있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해야 자연스럽게 코트 위에서 모든 행동이 즐거울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엘리트 선수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진정한 배구 사랑을 오히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서 확인하는 웃픈 상황이 2022년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프로를 준비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너는 배구를 좋아하니? 좋아하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라고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은 뒤에는 아마도 스스로 배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난 뒤에는 ’배구를 잘 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운동은 결국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배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량을 향상하기 위해 한번이라도 볼을 더 만지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을 마다할 지도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지난 봄 두 차례 엘리트 대회를 직접 보며 눈에 띄는 유망주도 여럿 있었다. 지금도 이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눈에 선하다. 이 선수들이 진정으로 배구를 사랑하고 즐기며 경기력을 향상하길 바란다. 이 선수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기 위해 다음 대회도 찾아갈 예정이다. 앞선 대회보다 밝아진 얼굴과 제스처로 코트 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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