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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모바일 앱·스튜디오K 대박…MLB 돈줄은 '문어발 콘텐트'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2. 9. 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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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5

 

“콘텐트가 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1996년 1월 자신의 한 에세이에서 그렇게 말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기업과 사회현상이 그렇다.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의 성공 사례나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같은 신흥강자가 등장한 배경은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 경험, 제품의 거래다.

 

스포츠산업에서 게이츠의 논리를 가장 잘 구현한 조직이 있다면 그곳은 메이저리그(MLB)일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부터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했고 그 시장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매년 2500경기가 열리는 메이저리그의 경기와 하이라이트, 티켓 구매부터 온라인쇼핑 등 리그 사업의 다양한 영역을 게이츠가 말한 ‘콘텐트’로 인식했고, 이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 MLB Network의 자체 스튜디오. 베이브 루스를 기념해서 ‘스튜디오 3’라 부른다. 대표 프로그램 ‘MLB 투나잇’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 사진 이태일

 

그들은 MLBAM(2000년), MLB Network(2009년), BAMTECH(2015년)로 이어지는 콘텐트 유통, 생산, 기술회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개발한 스트리밍 서비스 MLB. TV와 아이튠스에서 시작한 앱 서비스 MLB At Bat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MLB는 이를 발판으로 사업의 경계를 넓혀갔다. <하단 MLB 콘텐트 사업 주요 성장 과정 참조>

 

MLB 콘텐트 사업 주요 성장 과정

 

2000년 MLB, 30개 구단 공동 출자로 MLBAM 설립

2002년 MLB 스트리밍 라이브 중계 시범 서비스 시작

2003년 MLB.TV 공식 서비스 시작

2005년 MLB 이외 다른 종목 첫 확대. 대학농구 3월의 광란 서비스

2007년  I tunes 에서 MLB AtBat 앱 서비스 런칭 MLB.TV 구독자 100만 명 돌파

2008년 720p HD중계 서비스 시작,

2009년 콘텐트 제작 법인 MLB Network 출범

2015년  BAMTECH 분할 출범, PGA 투어 파트너십, 플레이스테이션 스트리밍 파트너십, NHL(프로아이스하키) 앱, NHL.com, NHL Network 운영

2016년 Fox 스포츠, Riot Games, MLS(프로축구) 파트너십, 디스커버리닷컴과 BAMTECH 유럽 런칭

2017년 HBO 왕좌의 게임 시즌 7 서비스 운영, 월트디즈니컴퍼니, BAMTECH 지분 42%추가 매입

2018년 BAMTECH, 구독형 스포츠 스트리밍 중계 서비스 ESPN+ 런칭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대학농구 토너먼트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월드컵 축구, 프로레슬링, 아이스하키, 프로골프로 그 외연이 넓어졌다. 거기서 멈추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주변에서 그들을 찾아왔다. 게임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를 위한 인프라사업으로 그 범위가 커졌다.

 

그리고 2015년 MLBAM 자회사로 시작한 테크, 솔루션회사 BAMTECH는 2017년 8월 디즈니가 지분 42%를 무려 15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에 이른다. 메이저리그의 혜안이 라이브중계 서비스로 시작해서 유료콘텐트, e커머스, 기술-인프라사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물론 이 성공으로 리그와 구단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게이츠가 말한 ‘왕’, 콘텐트를 잘 이해하고 섬긴 결과다.

 

30개 구단 힘 합쳐 단일 유통 플랫폼 구축

 

▲ 메이저리그 콘텐트 자체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MLB Netwok 외부 전경. 위성안테나가 눈에 띈다. / 사진 이태일

 

지난여름 그 컨텐츠 왕국의 심장 MLBAM을 찾아갔다. 뉴욕 맨해튼 남쪽,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한 공간 첼시 마켓에 그들이 있다. MLBAM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을 만났다. 콘텐트 상품, 전략담당 그렉 클레이먼, 당시 데이터 총괄 실무자 윌 에드먼슨, 모바일 디자인 담당 채드 에반스가 그들이다. 그들과 나눈 대화를 각각 간략히 정리했다.

 

“시작은 이렇다. 2000년 30개 구단이 연간 100만 달러씩 4년간 투자에 합의했다. 3000만 달러씩 4년, 1억2000만 달러 자본으로 콘텐트 유통 전문회사를 만들었다. 그때 일부 구단은 웹사이트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잘하는 사람이 해 주기를 바랐다. 오히려 그래서 우리의 단일 플랫폼 전략이 먹혔을 수도 있다. 힘든 것은 구단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해냈다. 셀릭 커미셔너를 도운 밥 듀페이(당시 최고법률책임자, MLBAM 초대 CEO)는 업계를 전망하는 데 탁월했다. 그래도 구단들이 각자 시장 규모에 따른 상대적 이익에 집착했다면,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양키스 같은 구단은 어쩌면 지금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동의해 주었을 수도 있다” -그렉 클레이먼

 

▲ MLB Network의 총괄 책임자 데이비드 패터슨이 내부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이태일

 

“초창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티켓 매출이나 스폰서십 등이 초반에 미약했다. 2002년 중반 티켓매스터와 계약을 하면서 작은 기반을 갖게 되었다. 2003년부터 스토리라인이 좋아지면서 그 시기에 기술 투자를 더 준비했다. 2004년부터 모바일에 투자했다. 아이폰이 출현하기 전이었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웹사이트 운영도 중요하지만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 서비스를 구상하는 게 필요했다. 기술 개발에 큰 비중을 두었다.” -윌 에드먼슨

 

“물론 지금도 내일을 본다. 그리고 적절한 파트너와 협력한다. 아마존과 협력해 음성으로 원하는 기념품을 주문하고 소비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증강현실, 가상현실과 야구를 어떻게 연결해서 돈의 가치를 만들 것인가를 구상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모바일 스탠더드, 더 쉽고 편한 경험, 새로운 가치 등이 우리가 추구하는 서비스의 기본 정신이다.” -채드 에반스

 

MLB는 MLBAM을 통해 유통 기반을 갖추고 콘텐트 상품화 사업을 성공한 뒤 한 번 더 도약의 기반을 닦았다. 경기 중계를 통한 라이브 서비스 이외의 부수 콘텐트를 아예 직접 만들자는 시도였다. 쉽게 표현하면 리그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콘텐트의 ‘자체 생산 공장과 배급 시스템’이었다. 그들은 2008년 조직을 갖추고  MLB Network 이라고 이름 붙였다. MLB Network은 MLB가 67%의 우월지분을 갖고 통신방송업자(AT&T, Direct TV)가 16.67%, 유료방송사업자 컴캐스트, 차터커뮤니케이션, 콕스커뮤니케이션이 각각 5.44%의 지분을 가졌다. 콘텐트 제작, 배급의 상생구조를 고려한 지분 구조다. MLB Network은 2009년 1월 1일 그들의 대표 프로그램 ‘MLB 투나잇’을 송출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보급가구수는 5000만에 이른다.

 

요즘은 ‘젊은 야구’ 만들기에 집중

 

▲ 재키 로빈슨을 기념한 ‘스튜디오 42’.(왼쪽부터) 크리스 로즈, 필자 이태일, 케빈 밀라. 밀라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다. / 사진 이태일

 

MLB Network은 뉴저지주 세카우커스에 있다. 그 안에 방송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한 제작 공간이 있고 송출 시스템이 있다. 아주 잘 꾸며진 4개의 스튜디오 가운데 3개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를 기념해 이름 붙였다. ‘스튜디오 3’(베이브 루스), ‘스튜디오 21’(로베르토 클레멘테), ‘스튜디오 42’(재키 로빈슨)다. 나머지 하나는 삼진을 상징하는 이니셜 ‘K’를 써서 ‘스튜디오 K’라고 부른다. 그 스튜디오에 쟁쟁한 진행자, 해설가, 레전드들이 출연해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밖에 스프링캠프에서 열리는 경기 중계, 드래프트나 윈터미팅 등 리그 행사를 중계하고 스튜디오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만든다. MLB Network은 지난해까지 경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MLB 투나잇’을 비롯해 25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MLB Network을 방문해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 데이비드 패터슨을 만났다. 그 운영 철학과 사업의 방향성을 들었다. 콘텐트 자체 생산에 대해 업계의 갈등 우려를 물었다. 그는 “야구 관련자가 야구를 위해 모두 잘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것” 이라고 말했다. 그 정신을 함께 지킨다면 갈등보다 선의의 경쟁이 되고 결국 모두를 위하는 길이 된다는 상생의 논리였다. 그는 요즘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야구의 고령화’라고 했다. 소비자가 고령화되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경고다. 콘텐트의 제작 방향 역시 ‘야구가 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가 ‘콘텐트가 왕’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을 신념으로 삼았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야구와 그 콘텐트의 가치를 이해했다. 경기의 결과에 몰입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콘텐트에 가치를 부여했고 이를 돈으로(monetize) 만들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잘 읽어 그 과정을 상생의 구조, 에코시스템화했고 이를 리그와 구단의 수익으로 만들어 냈다.

 

이태일 /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자료출처 :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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