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30
‘중국의 돈과 일본의 시스템, K리그의 길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7월10일 본지 1면 기사 제목이다. 당시 K리그 여름이적시장은 이른 바 ‘선수 유출’로 초반부터 홍역을 앓았다.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달리던 에두(전 전북)가 중국 2부리그 구단으로 둥지를 옮겼고, 최고 인기구단 수원 삼성 스트라이커 정대세가 일본 J리그 강등권 팀인 시미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골을 뽑아내던 선수들이 다른 나라로 하루 아침에 떠난다는 소식은 허탈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올 겨울이적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김승대 윤빛가람은 이제 막 승격한 중국 구단 옌볜FC로 이동했고, 정성룡 이범영 김승규 등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골키퍼 3명은 올 겨울 모두 일본 J리그로 간다. 대표급 선수들 아시아행은 올 겨울 더 늘어날 수 있다.
K리그, 더 나아가 한국 축구는 지금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처럼 둘러싸여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굴기’ 프로젝트 이후 막대한 돈을 투입, 자국리그 붐 조성을 하고 있다. 일본은 J리그가 어느 덧 3부까지 총 58개 구단에 연간 1000만 관중이라는 엄청난 볼륨을 자랑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K리그는 길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럽 축구는 잉글랜드가 워크 퍼밋 기준을 강화하는 등 갈수록 ‘자국 선수 보호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중동 등 아시아 국가 공세에 한국 축구는 어떤 길을 찾느냐가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 한국 축구는 지난 8월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대표팀이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해 기쁨을 누렸다. /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선수 유출 논란이 틈나면 불거지면서 답도 찾은 느낌이다. 중국에 돈이 있고, 일본에 시스템이 있다면, 한국 축구엔 사람이 있다는 게 올해 역설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러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이 아시아 최고임을 과시한 해이기도 했다. K리그 유스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이 동아시안컵에서 몸값 치솟은 중국대표팀을 2-0으로 완벽하게 눌렀고, ‘슈틸리케호’는 17차례 A매치 무실점으로 일본·호주 등 1~2차례 고비를 맞은 아시아 라이벌보다 우위에 섰다. 좋은 선수가 없다면 선수 유출도 없다. 중국 슈퍼리그 16개 구단 절반인 8개 구단이 아시아쿼터를 한국 선수들로 채울 전망이다. 중동과 일본은 대표급, 동남아시아는 K리그 경험자들 위주로 진출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유소년 선수들이 일본 2부로 가는 현상이 아쉽지만 이 역시 넓게 보면 어린 선수들 잠재력이 그 만큼 넘친다는 말도 된다. 최근엔 한국 지도자들도 각광받고 있다. 박태하 홍명보 장외룡 등 한국 감독 3명이 슈퍼리그 지휘봉을 내년부터 잡는다.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16강에 오른 K리그 4팀의 힘도 우수한 한국인 선수, 그리고 그들을 호령하는 좋은 한국인 감독들 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가장 좋은 그림은 최상위권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누비면서, 우수 선수들이 K리그를 뛰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투자 붐이 일어나기는 당분간 힘들다. 오히려 주변에 돈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은 한국 축구가 이들을 이용해 성장할 기반이 될 수 있다. 육성과 재투자로 새 전성기를 준비할 수 있고, 좋은 용병을 골라 구단은 물론, 축구계가 살을 찌울 수 있다. 남미 브라질과 동유럽 세르비아(구 유고)는 전통적으로 선수와 지도자가 모두 유능한 축구 강국이다. 해마다 전세계 축구관계자들이 보석을 찾기 위해 오프시즌 때 두 나라를 찾곤 한다. 한국도 좋은 선수, 좋은 지도자를 만들어나가면 ‘아시아의 브라질’, ‘아시아의 세르비아’가 될 수 있다. 2015년은 한국 축구에서 ‘사람의 힘’을 찾은 시간들이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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