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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시립에서 시민으로'…인천의 변화를 지지한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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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3.

 

해마다 국내 축구관계자들 수백명이 일본 J리그 현장을 찾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일본 중소규모 구단들이 갖춘 자생력을 배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골대 뒤로 숱하게 놓인 A보드, 작은 도시에도 1만명 이상 몰려드는 관중은 K리그가 J리그를 가장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현실론’도 존재한다. 시민구단을 거쳐 지금은 기업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한 프런트는 “‘우리도 일본처럼 해 보자’고 말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쉽지 않다. 일본처럼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도민들의 구단에 대한 기본 열정도 크게 차이 난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어서 비슷할 것 같지만 또 다르다”고 어려움을 전한다.

시민구단 인천이 단행하고 있는 변화에 시선이 쏠린다. 인천이 최근 ‘돈 쓰는 조직’에서 ‘돈 버는 조직’으로의 체질 변화를 꾀하며 실천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소년 축구교실 확충 및 직영, 베트남 유망주 르엉 쑤언 쯔엉 영입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핵심은 프런트 내 영업 전담팀 설치인데 이는 중소스폰서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단 전체 인건비를 일정 부분 감축한 뒤 영업팀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일본 중소구단이 자생을 위해 많이 시도했던 것들이다. 이 팀은 23일 출범한다. 지난 해 말 해체설로 홍역을 치렀던 인천은 올해 살림살이를 줄이고 또 줄여 생존에 성공했다. 특히 선수단은 FA컵 준우승 및 K리그 클래식 6강 싸움 등으로 화제를 뿌리며 적어도 축구장 안에선 스토리를 써나갔다. 이제 그라운드 밖에서도 웃어야 할 때다. 인천은 올해 80억원 정도 쓰며 나름대로 효율적인 운영을 했지만 이면엔 ‘부채 100억원’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아직 존재한다.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돈 버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 대결에서 인천 이효균(왼쪽 세 번째)이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개인적으론 인천이야말로 시민구단이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도시로 본다. 얼마 후면 울산을 제치고 특별시·광역시 중 가장 큰 면적을 갖춘 도시가 되며, 개화기부터 개발된 구 도심을 비롯해 청라·송도·영종도 등에 많은 기업들이 있고, 또 시민들이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인구 300만 도시에서 자생 시민구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시·도민구단 희망도 어둡지 않을까. 그래서 인천의 변화와 그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이면엔 반대론과 희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다. 숱한 임금 체불과 해체설에도 구단을 지켜낸 이들이 이번 변화에 또 한 번 마음 졸일 수 있다. 실제로 구단 생존을 위해 용퇴한 이들도 있다. 일부에선 증자 등 당장은 쉬운 듯한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인천 구단은 오랜 기간 자본잠식 중이다). 그러나 건강한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아픔도 있어야 한다. 길이 맞다면 걸림돌에 넘어져도 가야 하는 게 정답이다.

인천 구단 측은 “많은 구단들이 일본 등을 오가며 만들어놓은 로드맵을 우리가 주워먹는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기도 하다. 최근 시·도민구단들은 세금으로 살아간다는 뜻에서 ‘시·도청구단’, ‘시·도립구단’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축구가 갖고 있는 공공적인 가치를 모르는 이들이 만들어낸 단어라 치부하면서도 100%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인천이 이번 변화를 통해 ‘진짜 시민구단’ 초석을 놓기를 기원하겠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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