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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스포츠는 미디어를 따라 난다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2. 9. 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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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7. 01 

 

지난 27일(한국시간) 선발 등판은 박찬호에게 매우 중요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팀을 옮긴 뒤 트리플A에서 두 번째 선발 등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줘야 하는 경기였다.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인사이드피치’ 시절 그를 자주 다뤘던 내게도 이번 등판은 거르고 지나치기 힘든 ‘참새 방앗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미국 텍사스로 날아가서 운동장을 찾아가 보고 싶고, 어디 TV중계라도 해주는 곳이 없을까 둘러봤지만 언감생심. 내가 앉아 있는 곳은 대한민국 경기도의 한 사무실이었고 메이저리그도 아닌 트리플A 팀의 경기를 국내 TV가 중계한다는 것도 억지였다. 별 수 없이 경기 뒤에 전해지는 결과를 기다릴까 했다.

 

그러다 문득, 컴퓨터 모니터가 시선에 들어왔다. ‘씩’ 하고 입술이 살짝 올라가는 웃음이 나왔다. TV가 아니라면 이 안에서 박찬호의 투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IT강국 대한민국에서 그게 안 될 리 없었다. 뒤졌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팀 사이트를 찾고, 그 안에서 트리플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의 사이트로 연결했다. 그 안에는 기대했던 대로 ‘멀티미디어’라는 메뉴가 있었다. 경기 상황을 라이브로 전달해주는 코너였다.

 

약간의 로그인 절차를 거쳐 연결이 됐다. TV 화면을 기대했던 꿈은 깨졌지만 “웰컴 백 투 델 다이아몬드, 여기는 KWNX 라디오입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렸다. 침이 ‘꼴깍’하고 넘어갔다. 여기가 어딘가. 안방에서 한국시리즈와 일본시리즈, 월드시리즈를 모두 무료로 보고,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 분데스리가를 빼놓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대한민국 아닌가.

 

“박찬호 선수 오늘은 지난번보다 훨씬 편안해 보입니다. 볼끝도 그때보다 훨씬 움찔움찔하네요.(He looks much more loose, and much more movement also. 이후 영문 생략)”

 

“컷 패스트볼을 던질 때는 어깨가 조금 아래로 내려옵니다. 구속은 88마일입니다.”

 

“투구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템포도 빠르고, 무엇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내며 카운트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제 스스로 2타점 적시타까지 때리면서 편안한 리드를 만들어갑니다.”

 

현지 아나운서의 실감나는 상황 전달에 의도했던 모든 것을 얻었다. 공 하나하나의 순간 모두를 흐름을 타며 느낄 수 있었고, 전체적인 평가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스포츠와 미디어는 뗄 수 없는 관계고, 스포츠는 미디어를 따라 난다. 1950년대 TV 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스포츠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올림픽ㆍ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활성화되고, 미국 스포츠가 국제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매스미디어가 촉매가 됐다. 지금? 이젠 경기도 한 사무실에서 TVㆍ라디오 없이 텍사스에서 벌어지는 트리플A 경기를 라이브로 듣는 세상이다.

 

더 침 넘어가는 일? 그 중계방송은 두어 번의 클릭만으로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다. 또 경기 후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등번호 39번을 단 박찬호가 깨끗한 2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미디어스포츠는 이제 ‘멀티미디어’ ‘어드밴스드 미디어’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이태일 / 네이버스포츠팀장

 

자료출처 :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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