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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우상혁의 감동 투혼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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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8. 02

 

감동이 가시기 전에 글을 써야겠다.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5).

좋은 성적은 물론이고, 경기를 즐기는 듯한 그의 긍정 모습은 올림픽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여기에 육상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려준 공로가 크다.

네 차례의 올림픽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입장에서 이번 도쿄 올림픽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에 온갖 해프닝까지. 그런데 여자배구 한일전 역전승에 이어 여자체조에서 여서정이 감동을 주더니 우상혁이 정점을 찍어버렸다.

우상혁이 결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결선 처음부터 우상혁의 경기를 지켜봤다. 우상혁은 이번에 처음 본 선수지만 확실히 이전 선수들과 달랐다.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고, 출발하기 전 일부러 환한 웃음을 짓고, 스스로 다짐하는 주문을 외고,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은 긍정 에너지 자체였다. 긴장하거나 주저하거나 불안해하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최고기록(2m31)보다 무려 4cm를 더 뛰어 24년간 깨지지 않던 한국최고기록(2m34)마저 갈아치웠다는 사실은 높이뛰기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사건이다.

 

▲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사진). 좋은 성적은 물론이고, 경기를 즐기는 듯한 그의 긍정 모습은 올림픽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사진=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인스타그램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우상혁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육상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우상혁의 4위가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육상 실력은 변방에 속한다. 그래서 비인기 종목이지만 육상은 진짜 재미있는 경기다. 사실 올림픽에서 가장 관중이 많은 경기가 육상이다. 인기가 많다 보니 오전 입장표와 오후 입장표를 따로 팔 정도다.

오전 경기가 끝나면 모든 관중을 내보낸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 2000년 시드니에서 육상장인 메인 스타디움을 빠져나오던 수만 명의 관중은 국내에서 텅 빈 육상장만을 봐왔던 내 눈에는 너무나 생경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후 표를 가진 관중을 다시 입장시킨다. 물론 오전과 오후에 모두 입장하는 관중도 부지기수다.

육상은 한 경기장에서 트랙 경기(달리기)와 필드 경기(던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가 동시에 열린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눈이 황홀해진다. 이번에 높이뛰기 경기 중에 잠깐씩 지연되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동시에 트랙 경기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랙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잠시 중단했다가 트랙 선수들이 지나간 다음에 필드 경기를 속행하는 것이다.

직접 경기장에서 육상 경기를 보면 TV 중계로는 알 수 없는 감동과 재미가 있다. 경기장 어디선가, 어떤 경기든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종일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하지만 100m 달리기는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TV로 보는 게 더 낫다. 물론 내 개인 생각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남자 100m 결승을 현장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 미국의 칼 루이스와 캐나다의 벤 존슨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왕좌를 놓고 격돌했다. 출발 총성과 함께 8명의 선수가 뒤엉켜 달리더니 벤 존슨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칼 루이스는 고개를 숙였다. 벤 존슨이 이겼구나. 딱 그거였다. 고작 10초. 흥분하거나 감동할 겨를도 없었다. 선수들의 생생한 표정, 흔들리는 볼, 스타트부터 초반, 중반, 후반의 흐름 분석, 결승선 통과할 때의 미세한 차이 등 TV에서 볼 수 있는 감동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벤 존슨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해 더 화제가 되는 바람에 그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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