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포츠史說] 한국 양궁이 '신궁'(神弓)이 된 까닭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5. 12:07

본문

2021. 07. 28 

 

7월 27일 현재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이 얻은 금메달 3개는 모두 양궁에서 나왔다.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한국이 몇 개를 가져갈지가 관심사다.

대한민국 양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 남녀 단체에서 모두 우승,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번에는 혼성단체가 추가돼 종목이 5개로 늘었다. 여자 단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걸출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한국 양궁이 정상을 지키는 비결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주몽의 후예이기 때문에 활 잘 쏘는 DNA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부터 '넓적한 쇠젓가락을 쓰는 한국인의 손 감각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있다. 2003년에 취재차 백두산과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다. 묘향산에 있는 단군 묘에 갔을 때 안내원이 단군이 활의 명수였다고 설명했다.

"단군은 화살 한 개만 갖고 연습을 했습네다. 저 앞에 보이는 산봉우리에 화살을 쏘면 봉우리에 맞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서 그걸 주어서 다시 쏘곤 했지요."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웃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뿐 아니라 단군 할아버지도 활 명수였으니 우리가 활을 잘 쏘는 건 당연한 건가? 실제로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에 내가 손꼽는 이유 두 가지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대표 선발 방식과 무지막지한 훈련이다.

 

▲ 한국 양궁은 1년 내내 엄격한 선발전을 거쳐 남녀 각각 8명의 예비 대표를 선발한다.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자료=대한양궁협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95년 자카르타 세계선수권대회를 취재했을 때의 일이다. 연습장에서 한국 선수들을 본 외국 선수들이 "박경모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대표선발전에서 떨어져서 이번에 오지 못했다"는 말에 모두가 기절초풍했다. 박경모는 직전 대회인 93년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 금메달리스트였다. 대표선수가 되면 수년간 자리 이동이 거의 없는 그들에게 세계 1위가 2년 만에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 양궁은 1년 내내 엄격한 선발전을 거쳐 남녀 각각 8명의 예비 대표를 선발한다.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지금 가장 활을 잘 쏘는 선수가 대표가 된다. 예비 대표들은 선수촌에 입촌해서 훈련한 뒤 최종 선발전을 치러 대표선수가 된다. 양궁선수들은 올림픽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태릉선수촌 시절, 양궁선수들의 하루를 취재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24시간 훈련이었다. 오전 6시에 기상해서 전체 훈련, 아침 식사 후 오전 훈련, 점심 식사 후 오후 훈련, 저녁 식사 후에는 마인드 컨트롤(명상). 공성(攻城)보다 수성(守城)이 어렵다고 한다. 세계 정상을 지키려는 그들의 피와 땀을 보았다.

연구하고, 분석하는 지도자들의 자세도 본받을 만하다. 양궁 방식은 수시로 바뀌었다. 더블라운드에서 그랜드피타라운드로, 다시 토너먼트인 올림픽라운드로 바뀌더니 12발로 승부를 가리는 4엔드제가 됐고, 이제는 세트별로 승점을 주는 세트제가 도입됐다. 이런 변화가 한국의 독식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양궁이 빠르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바뀐 것은 틀림없다.

수시로 바뀌는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지도자들은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고안했다. 소음과 담력을 키우기 위해 야구장에서 훈련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쏘기도 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고 모두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에는 반드시 많은 피와 땀이 배어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