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9. 26
“챔피언스리그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프로와 프로의 대결이다.” 에스테그랄 미드필더 안드라닉 테이무리안이 FC서울과의 경기 전에 꺼낸 말이다.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스테그랄(이란)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 축구의 경사라는 반응에 일부 팬들은 서울의 우승을 응원해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적의 적은 곧 친구가 되는 법이다. K리그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적이지만, 아시아 클럽 간의 경쟁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맞대결을 벌이지 않는 이상 친구가 될 이유는 충분하다. 레알 마드리드 부주장 세르히오 라모스 조차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철천지 원수 FC바르셀로나가 다른 리그의 클럽과 경기할 때 응원을 한다고 고백했다.
서울이 결승에 오를 경우 K리그는 5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현재 기록 중인 4연속 결승 진출 기록도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3연속 진출 기록에 앞서는 최고 기록이다. 국가 대표팀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유일한 4강 진출로 아시아 최강의 기록을 자랑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클럽 축구 역시 아시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2003년 새롭게 출범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 10년 간 6차례나 결승에 진출했고, 4차례 우승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로 시작해 1985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으로 발전됐고, 2003년 AFC 챔피언스리그로 자리잡았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K리그는 10회 우승에 5회 준우승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포항 스틸러스가 3회 우승으로 역대 최다 우승팀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 리그 랭킹, K리그의 위치는 안정적이지 않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공은 곧 K리그의 위상과 가치로 직결된다. 올 시즌 K리그의 유일한 생존팀 서울의 선전은 그래서 필요하다. 명예 때문 만은 아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숫자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진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각 리그가 얻은 포인트에 따른 랭킹으로 결정된다. 동서아시아로 구분되어 매겨지는 리그 랭킹에서 2013년 현재 한국은 886.9점으로 1위 일본(946.8점)에 뒤져있다. 랭킹 상위 3개 리그는 본선 직행 티켓 4장이 주어지고, 4,5위 리그에 본선 1장, 플레이오프 1장, 6,7위 리그에 AFC컵 출전권 2장이 주어진다.
포인트는 조직, 성적, 관중, 지배구조/건전성, 마케팅, 비즈니스 규모, 경기운영, 미디어, 경기장, 클럽, 인프라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평가로 이루어 지는데 한국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부분은 성적이다. 성적은 대표팀의 성적도 포함되지만 클럽의 성적에 대한 비중이 가장 크다.
관중동원 및 인프라, 비즈니스 규모 면에서 열세인 K리그가 안정적으로 4장의 출전권을 지키기 위해선 서울의 선전을 응원해야 한다. 올 시즌 수원삼성블루윙즈와 포항스틸러스가 조별리그에서 조기탈락하고, 전북현대모터스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많은 점수를 잃었고, 승부조작 사태로 건정성 점수 역시 높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고, 태국 프리미어리그도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고 있다. 게다가 AFC가 챔피언스리그 참가국수를 14개국에서 23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 점차 본선 직행 티켓을 얻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될 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AFC 챔피언스리그도 다양한 나라의 챔피언이 참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K리그는 올 시즌 승강제를 실시하며 하위권의 경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플릿 라운드의 긴장감이 훨씬 치열해 졌다.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숫자가 줄어들 경우 상위 스플릿의 긴장감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K리그는 2011년 승부조작 사태로 점수를 잃어 2012시즌의 경우 본선 직행 티켓이 3장으로 줄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던 포항이 플레이오프부터 대회를 치러야 했던 상황도 발생했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성공은 서울 만의 성공이 아닌 K리그의 성공이다. 에스테그랄 전을 앞두고 서울과 울산의 경기 일정을 연기한 것은 분명한 배려였다. 울산 역시 언제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에 리그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 대신 배려를 택했다. J리그조차 K리그의 클럽 간 배려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주요리그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클럽들의 리그 경기 일정을 금요일 저녁 혹은 토요일 이른 시간으로 배정해 경기에 앞서 최대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동업자 의식을 잃고 지나친 대립과 반목만 거듭하면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리그 안에서는 경쟁자지만 리그 밖에서는 우군이다. 우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축구를 전쟁으로 묘사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의와 우호 속의 경쟁이어야 한다. 전쟁 같은 삶, 서로가 서로를 짓밟아야 성공하는 성과주의의 삶에 지친 현대인이 ‘축구’라는 여가 생활에서도 삭막한 경쟁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면 슬픈 일이다. 한국 축구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FC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응원한다.
한준 기자
자료출처 :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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