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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한 스포츠에 올인한 가족의 희열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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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20 

 

지난 16일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3,300석 관중석이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인공은 단연 '허재 3부자'였다. 큰아들이 주장인 '팀 허웅'과 작은아들이 주장인 '팀 허훈'의 대결로 치러진 올스타전에서 아버지 허재(57)는 특별심판이었다.

명색이 대한민국 프로농구 올스타전인데 한 가족에게 너무 많은 특혜를 준다는 비난이 나올 만했지만 그런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농구팬들은 환호했고, 재미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올스타 팬 투표에서 허웅(DB)이 역대 최다인 16만 3,850표로 1위, 허훈(KT)이 2위(13만2표)였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허재의 특별출연도 전혀 특혜가 아니었다. 허재 심판은 1쿼터 4분여 만에 '체력 저하'를 호소하며 관중석으로 물러나 두 아들의 플레이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경기는 팀 허웅이 120-117로 이겼고, 21점을 올린 허웅은 기자단 투표에서 71표 가운데 62표를 받아 MVP를 수상했다. 동생 허훈은 이미 2019∼20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올스타전을 보면서 허재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대디(Daddy)라고 생각했다. '농구 대통령'이었던 자신의 뒤를 이어 두 아들 모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어찌 최고의 아버지가 아닐 수 있을까. '부자 타격왕'인 프로야구 이정후(키움)의 아버지 이종범(52·LG 퓨처스 감독)도 버금가지만 하나와 둘의 차이는 크다.

 

▲ 허재 전 농구선수와 하동기 전 농구선수의 자녀들은 아버지와 같은 농구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사진(허재 전 농구선수(왼쪽),하동기 전 농구선수(오른쪽))=대한농구협회,『꿈을 향한 리바운드』책 표지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갑자기 하동기(63)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하은주·하승진 남매의 아버지다.

12남매 중 열째. 가난 탓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공사장에서 잡일을 했다. 단지 키(2m 5cm)가 크다는 이유로 농구 선수가 됐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를 다시 본 것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였다. 거대한 체격, 곱슬머리에 큰 얼굴. 경기장마다 프로스펙스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열렬히 한국선수단을 응원했다. 은퇴 후 취직한 곳이 프로스펙스(국제상사)였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태극기를 흔들며 큰소리로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워낙 눈에 띄는 외모라서 방송 카메라에도 자주 잡혔다.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다.

딸 은주(2m 2cm)와 아들 승진(2m 21cm)이 모두 농구 선수가 됐다. 승진은 2004년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입단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직은 유일한 NBA 선수다. 딸과 아들 모두 대한민국 남녀 대표 센터로 활약하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다. 하동기 씨는 "나는 선수로서 꽃을 피우지 못했는데 내가 못 이룬 것을 자식들이 이루어줘서 정말 기쁘고 고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보다 자식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두 사람 모두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 누구의 기쁨이 더 클까. 그런 비교 자체가 의미 없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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