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1. 30.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자 현재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가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감독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충과 자신과 함께 일한 선수들에 대해 말했다. 안첼로티는 평소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 ESPN 인터뷰는 전례없이 진솔한 이야기로 축구 팬들과 독일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팬들이 관심 가질만한 내용 위주로 정리했다.
* 감독은 '승' 또는 '패'로 말한다
안첼로티는 “경기 결과보다는 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한 펩 과르디올라(현재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직 경기의 승패를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 감독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과르디올라의 발언에 무조건 동의한다. 이 발언에 조금 더 보태자면, 경기결과는 감독들이 전혀 손 쓸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축구는 예측하기 어렵고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스포츠다. 축구에서 선수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득점과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경기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독들이 경기 승패에 직접 영향을 주기는 불가능하다”며 “물론 좋은 경기력은 좋은 경기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가능한 것이며 한 달 또는 한 시즌 만에 갑자기 좋은 경기결과를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안첼로티는 “감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기의 승패를 통해 평가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감독들의 평가기준은 팀의 경기력이나 감독수행 업무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벤치에서 감독들이 모든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경기가 끝난 다음 비디오를 분석함으로써 실제 경기를 할 때 보지 못한 장면들을 많이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 선수의 가치가 감독의 가치보다 크다
안첼로티는 선수들이 감독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 선수들은 감독보다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은 나를 보러 오지 않는다. 그들은 레반도프스키나 비달 등 스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려고 온다.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이란 구단과 선수들의 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들의 클럽이다”라고 했다.
* 로베르토 바조의 입단을 거절한 이유
안첼로티는 지금 자신은 감독으로서 일을 시작할 때에 비해 많이 유연해졌다고 했다. 그는 “감독 일을 시작할 때, 나는 아리고 사키(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자 전술가)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4-4-2 시스템이 유일한 승리 공식이라고 믿었다. 파르마의 감독으로 일할 때 로베르토 바조의 영입이 거의 확정됐지만 나는 거절했다. 내 시스템에 그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말하기를 “이제 나는 승리하기 위한 공식이 여러 가지라는 사실을 안다. 바조와 같은 선수를 클럽이 영입해준다면 그에게 주전자리를 무조건 보장해 줄 것이다”라고 했다. 바조는 안첼로티의 반대로 파르마에 입단하지 못했고, 볼로냐로 이적해 그 시즌 총 23골을 기록했다. 안첼로티는 성적부진으로 파르마에서 물러났다.
* 토마스 뮐러의 특별한 능력
안첼로티는 토마스 뮐러를 '전형적이지 않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위대한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보통 위대한 공격수들의 장점으로 뛰어난 운동신경, 테크닉, 그리고 창의성을 든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뮐러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축구지능"이라고 했다. 안첼로티는 “뮐러는 경기를 읽는 시야가 있다. 또한 필요한 순간에 공간을 창출할 줄 안다. 공격수들에게서 이 정도 수준의 축구지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출한 수비수나 미드필더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라면서 “감독이 어린 선수 가운데서 이렇게 수준 높은 축구 지능을 발견하면 대개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꿔 준다. 왜냐하면 그 자리가 가장 높은 축구 지능을 필요로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뮐러는 신기하게도 포지션을 바꾸지 않고 계속 공격수로 뛰어왔다. 그는 정말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어느 자리에서든 그만의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포지션을 창조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안첼로티는 시즌 전반 뮐러를 주로 윙어로 기용해 독일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와 관련, “나도 그가 아르옌 로벤이나 더글라스 코스타와 같은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란 사실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잘 안다. 그에게 이들과 같은 플레이를 요구할 생각도 없다. 뮐러가 그의 높은 축구 지능을 이용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포지션을 찾는 것이 목적이며 윙 포지션에서부터 그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그가 윙어로 경기를 뛰면 다양한 공격 형태가 생기기 때문에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명했다.
* 동기부여? 호날두를 보라
안첼로티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문제 때문에 걱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지금까지 그가 감독으로 일한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선수들의 동기부여 문제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첼로티는 '항상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고 엄청난 열정을 가진 선수'를 거론하면서 사비 알론소와 페페를 예로 들었다. "이들은 본인들의 경기력이나 성과에 결코 만족하는 일이 없으며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늘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안첼로티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 위에 방점을 찍었다.
"내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해보지 않은 이상 그가 어느 정도로 노력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는 최고의 프로페셔널이며 다른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한다. 경기 후 회복 과정에서부터 다이어트까지, 그는 모든 것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쓴다. 요즘 선수들은 내가 현역이었던 시절보다 훨씬 더 프로페셔널 하다. 하지만 호날두의 프로페셔널리즘은 이들을 모두 뛰어넘은 완전히 다른 레벨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한길 객원기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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