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2. 06.
올 시즌 기대 밖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바이엘 레버쿠젠에 시련이 하나 더 닥쳤다. 팀의 핵심 선수인 스타플레이어 하칸 찰하노글루가 그 중심에 있다. ‘찰하노글루 쇼크’는 레버쿠젠을 넘어 독일 축구계 전체에 이슈가 되었다. 여러 해 전 선수의 아버지가 욕심 때문에 저지른 실수 하나가 눈덩이처럼 불어 독일 유수의 축구클럽 레버쿠젠과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수에게 재앙이 됐다.
찰하노글루는 터키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만하임에서 태어났다. 만하임의 소규모 지역 팀인 1. FC 투란스포 만하임과 폴리차이 SV 만하임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당시 만하임을 대표하는 클럽이자 당시 분데스리가 2부리그 팀이었던 SV 발트호프 만하임의 유소년 팀으로 이적한다. 발트호프 만하임 유소년 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찰하노글루는 열다섯 살에 칼스루에 SC로 이적, 열여덟 살이 되자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 데뷔하며 성공가도에 올라선다.
10만 유로의 유혹
찰하노글루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찰하노글루는 그때까지 스타는 아니었지만 특급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터키의 명문 클럽인 트라브존스포르가 관심을 갖는다. 트라브존스포르 관계자들은 독일로 건너가 찰하노글루의 터키 이적을 위해 그의 아버지 후세인 찰하노글루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관계자들은 후세인을 설득하기 위해 현금 10만 유로를 그 자리에서 건넸다. 후세인은 아들의 이적에 동의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계약과 관련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에게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찰하노글루는 트라브존스포르로 가지 않았다. 트라브존스포르와 계약한 지 1년이 지난 다음, 찰하노글루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독일에서 계속 축구를 하기 위해 칼스루에와 4년 연장계약을 했다. 그 후, 그는 함부르크SV로 한 번 더 적을 옮겼고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며 2014년 1,450만 유로에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문제는 트라브존스포르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찰하노글루를 계약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건은 결국 FIFA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올라가 조사를 받게 됐다.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FIFA는 지난 2일 찰하노글루에게 4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즉, 그는 앞으로 남은 분데스리가 후반기는 물론 챔피언스리그, 터키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 모두 참가할 수 없다. 선수 개인은 물론 레버쿠젠과 터키 대표 팀에 엄청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찰하노글루는 어렸다
찰하노글루는 징계를 받은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속팀과 팬들에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은 당시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계약이 칼스루에와 계약이 완전히 끝난 후에야 효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칼스루에와 연장계약을 함으로써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계약은 없던 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적은 칼스루에와 트라브존스포르 양 팀이 정식 협상을 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6년 전 일어난 일로 지금 이렇게 큰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징계를 수용하며 징계가 끝난 뒤 소속 팀과 터키 대표 팀을 위해, 그리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찰하노글루의 항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독일 매체 익스프레스(Express)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당시 아버지가 트라브존스포르 관계자와 만났다는 사실을 친구로부터 먼저 들었다고 했다. 터키로 이적할 생각이 없던 그는 바로 에이전트에게 연락해 도움을 구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 그에게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했다.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찰하노글루는 “터키 문화에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은 상상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아버지를 믿었고 축구밖에 몰랐기 때문에 아버지 말에 순종했다고 했다. 또한, 지금 그의 아버지는 당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찰하노글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아버지가 더 이상 자신의 커리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의 인터뷰는 독일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가 아들의 미래를 마음대로 결정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뜻에 순종했다는 찰하노글루의 말을 독일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 바이엘
레버쿠젠은 고전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다행히 16강에 진출했지만, 리그에서는 RB 라이프치히, TSG 호펜하임 등에 밀려 9위로 처졌다. 심지어, 늘 한 수 아래로 얕잡아본 지역 라이벌 FC 쾰른에도 승점 8점이나 뒤처져 자존심을 구겼다. 우승은 현실적으로 힘들어도 5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레버쿠젠에 남은 후반기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주축인 찰하노글루가 4개월 출전정지를 당하다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FIFA가 징계를 발표한 다음 루디 푈러 레버쿠젠 스포츠단장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푈러는 “FIFA의 징계는 선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굉장히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우리 클럽은 2011년에 있었던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의 핵심 선수를 잃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레버쿠젠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샤데 역시 “이번 징계는 선수는 물론이고 팀에도 큰 타격이다. 우리는 해당 사건과 전혀 연관되지 않았는데 찰하노글루의 아버지가 저지른 실수로 때문에 피해를 봤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찰하노글루의 징계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우리는 스포츠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독일 언론 익스프레스는 이번 징계로 인해 레버쿠젠이 당할 피해가 수백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4개월 출전정지는 이미 지난해 12월 27일에 결정된 것으로 5주가 지난 후에야 통보가 됐다고 했다. 찰하노글루의 징계에 대한 통보가 행정상의 이유로 5주나 늦어진 것 같다고 레버쿠젠의 샤데 회장은 밝혔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늦어진 통보 과정 때문에 레버쿠젠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찰하노글루를 대신할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채 후반기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레버쿠젠은 이에 따른 손해비용이 막대하다고 판단하고 금액을 산정하는 중이다. 손해 산정이 끝나면 FIFA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지 내부 논의를 거칠 계획이다. 더불어, 반 시즌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는 찰하노글루의 몸값이 하락할 것이 분명하므로 레버쿠젠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다. 심지어 4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에게 임금을 정상적으로 줘야 한다.
이런 가운데 찰하노글루가 다음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로 이적하리라는 보도가 터키와 영국 양쪽 언론을 통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첼시는 오래 전부터 찰하노글루가 가고 싶어 한 구단이다. 찰하노글루는 다음 시즌에도 레버쿠젠에 머무르며 자신(사실은 아버지)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팀과 팬들을 위해 헌신할 수도 있다. 선택은 찰하노글루의 몫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 그의 앞에 가로놓인 것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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