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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6강 PO에 나서는 전사들, 그들이 밝힌 영광의 순간은?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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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22.

 

“우리의 영광의 순간은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이제 단 하루만 남겨두고 있다. 치열했던 6개월여의 경쟁, 그리고 살아남은 6팀 중 4팀이 4강 플레이오프를 위해 대결전을 펼친다. LG와 KCC, 그리고 오리온과 KT는 한때 KBL을 주름잡던 시절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추억은 과연 2019년에 재현될 수 있을까. 그래서 준비해봤다. LG, KCC, 오리온, KT가 전하는 ‘영광의 순간’을 말이다.

 

▲ 창원 LG - 2013-2014시즌_창단 첫 정규경기 1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


LG가 간직한 최고의 순간은 2013-2014시즌, 창단 첫 정규경기 1위를 달성했을 때다. 당시 LG는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메시라는 최강의 외국선수들을 갖추고 있었고, 최고의 신인으로 올라선 김종규의 합류로 ‘우승후보’로 꼽혔다.

정규리그는 탄탄대로였다. 2013년 11월 3위에 오른 뒤,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고 3연패 뒤, 13연승을 거두며 모비스를 제치고 창단 첫 정규경기 1위에 등극했다.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고의 외국선수로 올라선 제퍼슨은 독보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53경기 동안 평균 17.0득점 6.9리바운드를 기록, 13연승 기간에는 평균 21.2득점 8.5리바운드 2.5어시스트로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박도경 LG 사무차장은 “LG 역사상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포지션 밸런스도 뛰어났고, 선수들의 개성도 확실했다.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정상에 서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강했던 LG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인의 패기로 나섰던 김종규 역시 “멤버도 좋았고, 신인의 패기로 정상까지 가려 했다. 단기전에서의 승부는 패기만으로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시즌이었다”고 전했다.

아쉽게도 LG는 2000-2001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모비스에 2-4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고, 2014-2015시즌 역시 4강에서 모비스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저지당했다.

▲ 전주 KCC - 2009-2010시즌_정규경기 3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숱한 우승 경력을 지닌 KCC는 예상외로 어느 하나 정상에 서지 못했던 2009-2010시즌을 꼽았다. 물론 정규경기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포스’ 하나만큼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시절이다.

당시 KCC는 2008-2009시즌 우승 멤버가 그대로 잔류했다. 더불어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서 1순위로 전태풍을 지명했고, 아이반 존슨까지 합세하면서 전력은 탄탄해졌다. 당연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그러나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 마이카 브랜드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승부처에서 계속 무너지며 중위권에 머무르고 말았다. 반전의 계기는 트레이드였다. 2010년 1월 7일, 삼성과 레더-브랜드 트레이드를 하며 전력을 급격히 상승시켰다.

송원진 KCC 경기운영팀장은 “삼성 역시 레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예전만큼 기량은 안 나오는데 워낙 다루기가 쉽지 않다 보니 트레이드를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도 브랜드의 기량이 걱정이었고, 이해가 맞으면서 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레더의 KCC 합류는 리그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1월 8일부터 19일까지 5연승을 달리며 모비스와 공동 선수로 올라섰다. 당시 농구계는 KCC의 정규경기 1위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비록 3위로 마무리했지만, 그만큼 KCC의 전력은 우승하는 데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KCC는 6강에서 삼성, 4강에서 KT를 무너뜨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무혈입성했다. 전태풍을 중심으로 레더와 존슨이 환상 호흡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송원진 팀장은 “자존심 강한 두 외국선수가 만났지만, 서로를 인정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 그때만 하더라도 당연히 우승을 하는 줄 알았다. (브라이언)던스톤 역시 레더만 만나면 꼬리를 내렸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라고 회상했다.

아쉽게도 KCC의 정상을 향한 꿈은 모비스에 좌절됐다. 하승진의 부상 이후 급격히 무너졌고, 결국 2-4로 패했다.

▲ 고양 오리온(당시 대구 오리온스) - 2001-2002시즌_정규경기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


지금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오리온스의 2001-2002시즌. 김승현이라는 최고의 슈퍼스타를 탄생시켰고, 김병철-전희철-마르커스 힉스-라이언 페리맨이라는 환상의 베스트5를 구성한 황금기이기도 하다.

당시 오리온스는 창단 첫 정규경기 1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SK와 KCC가 대항마로 꼽혔지만, 2002년 1월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여유롭게 정상에 섰다.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센세이션을 일으킨 신인 김승현. 그는 2001-2002시즌 평균 12.2득점 4.0리바운드 8.0어시스트 3.2스틸을 기록하며 당당히 신인상을 차지했다. 더불어 정규리그 MVP에 선정돼 ‘신인상-정규리그 MVP’를 동시에 차지한 남자가 됐다.

김태훈 오리온 사무국장은 “가장 신나게 농구 했던 때가 아니였을까. 멤버 구성도 너무 좋았고, 밸런스가 환상적이었다. (김)승현이가 신인으로 들어오면서 퍼즐이 완벽해진 느낌도 있었다. 이때는 한 경기, 한 경기를 보는 게 즐거웠다”라고 기억했다.

 

김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신인이었기 때문에 그저 형들을 도와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긴장하지 않고 재밌는 농구를 하려다 보니 기록이나 성적 모두 잘 나온 것 같다. 나 역시 좋은 기량을 보여드릴 수 있었지만,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워낙 뛰어났다. 힉스와 함께했던 농구는 가장 재밌었다”고 밝혔다.

창원 LG의 도전을 이겨낸 오리온스는 챔피언결정전에서 SK와 만났다. 당시 SK는 서장훈과 조상현, 로데릭 하니발 등 1999-200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낸 핵심 멤버가 대부분 버티고 있었다. 오리온스의 입장에선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고, 시리즈 역시 2-3까지 몰렸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열린 6, 7차전을 쉽게 가져왔다. 세 번의 승리에 모든 힘을 쓴 SK는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고, 김승현과 전희철, 힉스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를 막아내지 못했다. 매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던 오리온스가 설움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순간이다.

▲ 부산 KT(당시 부산 KTF) - 2006-2007시즌_정규경기 3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유독 챔피언결정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KT, 그런 그들도 한때 KBL 정상에 도전했던 시절이 있었다. 2006-2007시즌 당시 KTF는 ‘포워드 농구’를 내세우며 모비스, LG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애런 맥기, 필립 리치를 중심으로 신기성, 송영진, 황진원 등 탄탄한 전력으로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때를 회상한 팬들은 맥기와 리치의 환상 조화를 잊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리그 출신의 맥기와 리치는 당시 KTF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추일승 감독과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두 거구가 골밑을 꽉 잡고 있으니 국내선수들의 부담 역시 줄어들었고, 마음껏 자신들의 농구를 할 수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KTF에서 정말 많은 지원을 해줬다. 선진농구를 보고 싶다고 하면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지원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유럽농구를 살펴보면서 맥기, 리치와 계약할 수 있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어쩌면 포워드 농구,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는 농구가 이때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5의 의존도가 높았던 때, 추일승 감독의 ‘토탈농구’는 큰 힘을 발휘했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단테 존스의 KT&G(현 KGC인삼공사)를 무너뜨렸고, 퍼비스 파스코의 심판 폭행으로 무너진 LG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통합우승을 노리는 모비스였다. 상대 전적은 3승 3패, 그러나 KT의 공격력이 더 막강했기에 업셋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양동근과 故크리스 윌리엄스의 환상 호흡은 KTF를 무너뜨렸고 1승 3패에서 3승 3패까지 쫓았지만, 반전을 일으키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은 “골밑에선 우세했지만, 앞선에서 많이 밀렸던 게 문제였다. 그래도 그때 패배를 발판 삼아 많은 걸 배웠던 기억이 있다. 내게 있어 자산이 된 한 시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KT는 2006-2007시즌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4차례 4강 플레이오프(2009-2010, 2010-2011, 2011-2012, 2013-2014)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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