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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기회의 땅' 수원, 농구의 도시로 다시 등장할까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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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08

 

120만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수원. 4대 프로 스포츠가 함께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도시’다. 수원 삼성부터 OK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을 동고동락했지만, 이제는 이별을 할 때가 찾아왔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삼성은 수원을 연고로 초창기 8개 팀의 일원이 됐다. 홈 경기장은 수원실내체육관으로 1998년부터 삼성생명의 홈 경기장이 되기도 했다. 삼성의 전자공장이 수원에 몰려 있다는 점이 뿌리를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먼저 삼성과 수원의 인연을 살펴보자. 예상외로 당시 삼성에 있었던 이들은 수원에 대해 좋은 기억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2000-2001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승의 순간 역시 중립경기의 메카 ‘잠실실내체육관’이었던 만큼, 홈 경기장 및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제외하면 당시 수원에 대한 프로농구의 인식은 긍정적인 부분이 적었다.

※ 1997~2001년, 수원 삼성의 성적


1997시즌_8위(6승 15패)
1997-1998시즌_9위(17승 28패)
1998-1999시즌_6위(25승 20패)
1999-2000시즌_3위(23승 22패)
2000-2001시즌_1위(34승 11패)_통합우승

당시 삼성을 정상으로 이끈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은 “팬들은 많이 찾아왔지만, 기본적으로 시설이 안 좋았다. 그래도 워낙 대도시고, 사람들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보다 성적이 매번 좋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함께한 박상관 코치 역시 “응원 문화는 정말 세련됐고, 좋았다. 농구의 인기가 한창 좋았을 때이기도 했지만, 수원 시민들이 워낙 스포츠를 사랑한다. 그러니 4대 스포츠가 모두 수원에 있지 않겠나.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쉬웠던 건 시설이 너무 낡았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라고 회상했다.

삼성은 수원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이준우 KBL 사무차장은 “KBL 이사회를 통해 서울을 연고로 한 프로 팀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희망하는 팀들의 지원을 받게 됐다. 100억원의 비용을 지불 해야 했던 만큼,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었다. 그러나 삼성은 SK와 함께 50억씩 나눠 지불하며 2001-2002시즌부터 현재까지 잠실실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2003-2004시즌까지는 SK와 공동으로 사용)”고 밝혔다.

2005년, 삼성생명마저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수원은 남녀 농구 모두 주인 없이 쓸쓸하게 지내야 했다. 수년 전,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을 희망하는 구단이 있다는 설이 떠돌며 잠시 주목받았지만,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이후 수원실내체육관은 배구의 상징으로 변화했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면서 농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2016년 2월, 수원은 다시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수원실내체육관의 노후화로 인해 만들어진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제32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이후 2018년 8월에는 박신자컵 대회가 열렸고, OK저축은행이 서수원칠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당시 수원시와의 모든 협상을 총괄한 임태규 WKBL 경기운영팀장은 “수원시가 워낙 프로농구 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남자 농구 팀을 원했지만, 점점 여자 농구 팀에도 관심을 보였다. 정말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 봤지만, 초, 중, 고등학교 농구 팀이 있는 지역, 그리고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을 조건으로 두니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한 시즌을 함께할 수 있게 됐고,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수원에서 여자프로농구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수원칠보체육관은 4,4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구슬은 “구리체육관보다 훨씬 좋았다. 라커룸도 넓고, 시설 자체가 좋아 진짜 프로선수가 된 느낌이 들더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수원실내체육관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한정적이다.

임태규 팀장은 “다른 곳에 비하면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근처에 부대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래도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한다. 좋은 시설을 갖춘 만큼, 금세 프로 팀이 함께할 거라고 생각한다. OK저축은행이 한 시즌을 치르며 고정 팬이 1,000명 정도 생겼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농구에 대한 사랑이 큰 도시다.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성일 수원시농구협회 회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보다는 OK저축은행을 보고자 오는 관중이 많이 늘어났다”며 “아쉬운 건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 시민들이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장 접근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하철 역도 생길 것이고, 이미 서울 사당 지역에서 좌석버스도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쉽게도 OK저축은행이 떠나면서 수원은 다시 주인 없는 도시가 됐다. 그러나 최근 국가대표 경기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다. 한국 농구의 역사를 함께 한 수원, 과연 기회의 땅을 밟은 주인은 언제 나타날까.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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