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3. 15
지난 시즌, KBL을 점령한 디온테 버튼(25, 192cm)이 NBA 진출에 성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KBL 출신, 그것도 첫 해외 진출을 KBL에서 시작한 외국선수가 NBA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된다. 그러나 버튼이 첫 번째 주인공은 아니다. 과연 버튼 이전, KBL을 발판으로 NBA 진출에 성공한 이는 누가 있을까?
KBL 출신으로 NBA 무대에 첫발을 디딘 주인공은 바로 아비 스토리(42, 198cm)다. 2002-2003시즌 안드레 맥컬럼을 대신해 삼성으로 합류한 스토리는 D-리그(현 G-리그)를 제외하면 첫 프로 커리어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스토리의 KBL 커리어는 크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3시즌 동안 120경기에 출전했고, 평균 18.5득점 8.3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냈다.
스토리는 이후 KBL 무대에 서지 못했다. 특유의 탄력과 수비력은 인정받았지만, 외곽슛 능력이 너무도 떨어졌고, 스윙맨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2004-2005시즌 TG삼보의 통합 우승에 견인했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2002-2003시즌 스토리를 지휘했던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은 “다른 능력은 좋았지만, 슛이 너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좁았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토리는 2004년 11월 4일, NBA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와 정식 계약을 맺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KBL 출신으로 첫 NBA에 진출한 외국선수였던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토리의 NBA 커리어는 금세 막을 내렸다. 2004-2005시즌 뉴저지에서 9경기에 출전했고, 2005-2006시즌에는 워싱턴 위저즈에서 25경기에 나섰다. 2006년 12월, D-리그에서 동료를 폭행해 중상을 입히며 일시 제명을 당했다. 결국 2006-2007시즌을 독일에서 보내며 다음을 기약했다. 2007-2008시즌 밀워키 벅스에 합류한 스토리는 26경기에 나섰다. 이후 중국, 뉴질랜드, 필리핀, 프랑스를 전전했고, 은퇴를 하게 된다.
스토리와 비슷한 시기, NBA에 진출한 알렉스 스케일(삼성 출신)은 2005-2006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1경기 출전한 기록이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악동’으로 불리며 KBL에서 영구제명을 당한 아이반 존슨(35, 200cm)이 만들어냈다. 존슨은 D-리그에서의 활약 이후, 2008-2009시즌 LG에서 첫 해외 커리어를 시작했다. 브랜든 크럼프와 호흡을 맞춘 존슨은 LG를 플레이오프에 올렸고, 이후 KCC에서 KBL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하승진, 전태풍, 테렌스 레더와 함께한 존슨은 KCC를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놓으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이 당시 KCC를 최고로 평가한 송원진 KCC 운영팀장은 “당시 존슨을 ‘악동’이라고 평가했지만, 정말 프로페셔널한 선수였다. 레더와의 서열 정리도 원활했고, 그 누구도 막기 힘든 수준의 선수였다. 존슨과 레더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후, 존슨은 유재학 감독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모욕했고, 결국 영구제명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점점 잊혀졌던 존슨의 소식은 먼 미국에서 다시 들려왔다.
KBL에서 퇴출된 존슨은 이후 D-리그, 푸에르토리코, 중국을 전전하며 프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1년 12월, 애틀란타 호크스와 계약을 맺으며 NBA 진출 소식을 전했다.
백업 센터로 활용된 존슨은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래리 드류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시즌 막판에는 불화설). 알 호포드, 조쉬 스미스의 백업으로 기용됐지만, 56경기에 출전해 평균 6.4득점 4.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012년 4월, 이달의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전까지 카이리 어빙이 모든 상을 휩쓸었던 걸 생각해본다면 ‘언드래프티’ 존슨의 수상은 놀라운 일이었다.
2012-2013시즌까지 애틀란타에서 뛴 존슨은 중국, 스페인, 필리핀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불같은 성미를 이겨내지 못한 채, 필리핀에서 다시 한 번 영구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뛰고 있다.
다음은 2011-2012시즌, 모비스의 자유계약 외국선수로 합류한 말콤 토마스(31, 206cm)다. 이전 브라이언 던스톤, 로렌스 엑페리건 등 대학 졸업자들을 꾸준히 선택한 모비스는 자유계약 시절에도 대학을 갓 졸업한 토마스를 지목했다. 던스톤, 엑페리건과는 달리 기술자였던 토마스는 모비스의 득점을 책임져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토마스는 17경기 만에 레더로 교체됐다. 평균 20.8득점 10.6리바운드 2.8블록을 기록했지만, 다른 외국선수에게 높이 싸움을 이겨내지 못했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모비스에 교체되고 만 것이다.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토마스는 기술자였지만, 파워와 높이를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레더를 선택했고, 플레이오프 전까지는 잘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토마스는 LA 레이커스와 첫 NBA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전 투입은 샌안토니오로 합류했을 때부터였다.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NBA에서 뛴 토마스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며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오히려 D-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많았으며 중간중간, 이스라엘, 푸에르토리코에서 외국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현재는 러시아에서 활동 중이다.
첫 해외 커리어를 KBL에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KBL 진출 후 NBA로 떠난 이들은 있다. 안드레 브라운(38, 206cm)은 이탈리아, 필리핀을 거쳐 2005-2006시즌 오리온스(현 오리온)에서 첫 KBL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6-2007시즌 시애틀 슈퍼소닉스에서 NBA 커리어를 시작했고, 멤피스 그리즐리스, 샬럿 밥캐츠까지 3시즌을 지냈다.
‘거미손’으로 유명한 그렉 스팀스마(34, 207cm)는 KBL에선 부진했지만, NBA에서 인정받은 주인공이다. 터키에서 첫 해외 생활을 시작한 스팀스마는 2008-2009시즌, 대마초 혐의로 퇴출된 디안젤로 콜린스를 대신해 SK의 대체 외국선수로 합류했다. 수비형 외국선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17경기 출전, 평균 13.8득점 9.0리바운드 2.7블록을 기록했지만, 리그 적응에 실패해 KBL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다음 시즌, KT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지명했지만, 곧바로 도널드 리틀과 교체됐다).
기대에 못 미친 스팀스마는 오히려 NBA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11-2012시즌 보스턴 셀틱스에 합류해 55경기 동안 평균 2.9득점 3.2리바운드 1.5블록을 기록했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특화된 스팀스마는 백업 빅맨 역할을 소화했고, 2014-2015시즌까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토론토 랩터스에서 총 203경기 출전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버튼과 함께 KBL에서 뛴 르브라이언 내쉬(27, 201cm) 역시 휴스턴 로케츠와 계약을 맺었지만, NBA 출전 기록은 없다.
대부분의 NBA 진출 사례는 대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버튼 역시 처음에는 투-웨이 계약을 시작으로 정식계약까지 이르며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시기다. 그만큼 NBA라는 무대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한다. 하나, 그들의 도전은 충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버튼과 같은 사례를 위해 KBL을 찾는 대졸 출신 외국선수가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상상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을 국내선수들의 발전 가능성까지 바라본다면 긍정적인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계를 깨는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항상 아름답다. 중요한 건 실패에 겁내지 않고, 성공을 위해 끝까지 달려드는 것. KBL 출신 외국선수들이 국내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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