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 18.
농구 올드 팬들 가운데에는 남자 농구 대표팀이 서울 용산에 있는 미 8군 체육관에서 미군과 친선경기를 하는 장면을 TV로 본 적이 있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도쿄 올림픽 참패 이후 한국 남자 농구에 축구의 거스 히딩크 같은 인물이 나타났다.
1965년 국가 대표팀 코치를 맡은 미 제 8군 소속 찰스 마콘 소위다. 미 제 8군 사령부가 대한농구협회에 코치로 추천한 마콘 소위는 미국 대학 농구의 명문 데비이슨칼리지의 주전 가드 출신이었다. 와일드캐츠란 별명을 갖고 있는 데이비슨칼리지는 1964-65년 시즌을 앞두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전미 대학 랭킹 1위로 꼽을 만큼 196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농구 본고장의 명문대 출신 젊은 장교는 열과 성을 다해 한국 남자 농구 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젊은 장교 마콘 소위가 1967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자 그의 자리를 제프 거스플 중위가 이어받았다. 거스플 중위는 페어레이딕킨슨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한 ‘농구인’이었다. 이들의 노력과 함께 미 제 8군은 1968년 1월 남자 농구 대표팀의 미국 캐나다 원정을 지원했다.
이인표 신동파 김무현 김인건 유희형 박한 최종규 신현수 곽현채 김정훈은 미군이 제공한 군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 본고장 농구를 익혔다. 북미 원정에 코치로 참가한 거스플 중위는 이후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을 지도하는 사이 열린 대회가 1966년 제 5회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다. 이 대회에서 국제 대회에서는 보기 드문 불상사가 일어났다. 홈 코트의 태국과 벌인 준결승에서 선수들끼리 시비가 붙자 일부 관중은 물론 경찰까지 가세한 난투극 끝에 경기 중단 당시 스코어로 승패를 가려 52-67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을 72-60으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1967년 서울에서 열린 제 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준우승했다.
▲ 1969년 제 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김영기 코치를 헹가래 치고 있다. / ⓒ한국 농구 100년
1960년 제 1회 대회(마닐라) 4위, 1963년 제 2회 대회 (타이페이) 3위, 1965년 제 3회 대회(쿠알라룸프르) 3위였다. 중국이 아시아 스포츠 무대에 등장하기 전이다. 마콘 소위와 거스플 중위가 떠난 이후 한국은 1969년 방콕에서 벌어진 제 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9개국이 출전한 가운데 풀리그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말레이시아와 홍콩, 파키스탄 등을 가볍게 물리친 뒤 홈 텃세가 유난스러운 태국을 93-92로 따돌려 3년 전 말도 안되는 패배를 설욕했고 이어 사실상의 결승인 필리핀전에서 신동파가 50점을 쏟아 붓는 대활약에 힘입어 95-89로 이겨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듬해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린 제6회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1위를 기록했는데 이 성적은 2016년 현재 최고 순위다.
서울에서 열기로 돼 있다 재정 문제로 반납한 제 6회 아시아경기대회가 1970년 방콕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출전 문제 등으로 경쟁 관계에 있던 농구와 축구가 동반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축구는 결승전에서 버마와 0-0으로 비겨 공동 우승했다. 농구는 조별 리그에서 이란을 110-77, 홍콩을 116-51로 연파한 데 이어 필리핀을 79-77로 따돌리고 조 1위로 6개국이 겨루는 결승 리그에 올랐다. 한국은 결승 리그에서 필리핀에 65-70으로 잡혔으나 강호 이스라엘을 81-67로 물리쳐 물고 물리는 혼전 속에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11편에 계속>
신명철 편집국장 sm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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