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3. 30.
갈등없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그 갈등이 자정 능력을 상실해 터졌을 때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지친' 김민재(27·나폴리)의 실상은 결국 곪은 게 터져버린 것이다.
A대표팀에는 각 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인다.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나이차도 꽤 있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첫 소집한 3월 명단만 봐도 1989년생부터 2001년생까지, 12년의 세월이 공존하다.
▲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 평가전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김민재가 우루과이 부에노를 밀착 마크를 하고 있다. /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그 속에서 카타르월드컵 때부터 누적된 피로도가 있다. 누구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 내 A선수는 속칭 '군기반장'이다. 카타르월드컵 당시 '2701호 논란'의 중심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고참 선수들 사이에선 '지지'를 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어려운 형'이다. '96세대의 선두주자' 김민재는 그 사이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민재는 누구보다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카타르월드컵 당시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뛸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다. 조별리그 가나와의 2차전을 앞두고는 단 한 차례도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96분을 소화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몸도 풀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다다랐다. 잠시 멈췄지만 브라질과의 16강전에 출전을 강행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이 막을 내린 후에야 비로소 "통증이 있는데 참고 뛰었다"며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대표팀에 오는 길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김민재는 28일 우루과이전 후 "지금 좀 힘들고 멘탈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다. 당분간이 아니라 지금은 소속팀에서만 집중하고 싶다"며 힘겨워했다. 그리고 "(이적설 때문은) 아니다. 축구적으로 힘들고 몸도 힘들다. 대표팀보다 소속팀에서 더 신경을 쓰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 평가전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황인범이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김민재의 발언에 '경솔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대표팀은 선택된 자만이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영광된 자리'다. 손흥민(31·토트넘)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다. 이 부분만큼은 김민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민재도 논란이 커지자 29일 나폴리로 돌아가는 길에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발언으로 놀라셨을 선수, 팬분들 죄송합니다. 힘들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되어 글을 올립니다'며 '대표선수를 하면서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국가대표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할 때, 단 한 번도 당연시 여기지 않았고 잔 부상이 있다는 이유로, 비행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경기가 많아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열심히 안 한 경기가 없습니다. 모든 걸 쏟았고 죽어라 뛰었습니다'고 했다. 이어 '어제의 인터뷰로 제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49경기는 없어졌고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와 모든 것들을 모르고 가볍게 생각하는 선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마냥 재밌게만 했던 대표팀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태였고 멘탈적으로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경기장에서의 부담감, 나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수비수로서 실점했을 때의 실망감, 이런 것들이 힘들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민재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실상이 묻혀선 안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반응이 달라야 한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는 모두가 프로다. 프로선수는 법적으로도 '1인 사업자'다. 수평적 관계에서 상생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하지만 수직적 관계가 형성될 때는 틀이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콜롬비아의 평가전이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렸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클린스만 감독이 해결책도 내놓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의 갈등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 유럽을 방문해 김민재와도 다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또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대표팀의 시계도 좀 더 빨리 돌릴 필요가 있다. 첫 소집은 어쩔 수 없었다. 막 지휘봉을 잡은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제 석 달의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6월 두 번째 소집은 전혀 다른 무대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선수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불씨도 지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첫 출항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팬들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우루과이전(1대2 패)에선 '2001년생 막내' 이강인(마요르카)과 오현규(셀틱)를 통해 새 희망을 봤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퇴보한다. 클린스만 감독도 점진적인 혁신으로 대표팀을 새롭게 해야 2024년 카타르아시안컵은 물론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열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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