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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단어의 의미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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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우리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민족도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배운 단어가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였다.

 

그 외에도 '우리집', '우리 아버지', '우리나라'를 늘 사용하고 있으며, 형제가 하나밖에 없는 사람도 '우리 동생'이라 칭하고, 심지어는 공유(共有)가 불가능한 남편이나 아내조차도 '우리 남편', '우리 아내'식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서양 사람들이 보면 대한민국은 다부다처제(多夫多妻制) 사회로 오해하기 딱 알맞을 것이다.

 

이것은 고래(古來)로부터 가족단위의 생활습성에서 시작된 듯하다. 내 집이 아니고 우리집인 이유는 형님도, 동생도 같이 사용하는 집이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고, 나라 역시 나 혼자 소유하는 나라가 아니라 온 국민이 공유하는 나라이다 보니 내 나라보다는 우리나라가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썼던 우리라는 단어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소유격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내가 빠진 우리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우리'가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변한 사회가 도래했다. '우리은행'과 '열린우리당'의 탄생 이후에 우리라는 단어의 소유개념이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사람들의 입장에서 '우리은행'은 결코 우리 은행일 수 없는 것이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입장에서 '우리당'은 결코 우리 당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동종업종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러 국민들에게조차 '우리'라는 단어를 혼동하도록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열리우리당'의 경우 통상적 줄임말인 열우당을 거부하고 꼭 우리당이라고 불러달라는 주문을 여러 언론에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회 당대표 연설 등을 보면 한나라당 대표가 자기 당의 이야기를 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우리 당의 입장은…" 등의 얘기를 들을 때에는 자기네 당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저쪽 당 이야기를 하는지 신경을 써서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외국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선지 영문표기는 'Open Uri Party'라고 하고 있다. Our라는 영어 단어를 사용하면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는 정당이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할까봐 그러는 것인지…  

 

하여간 그 우리당이 요즘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우리당에서 여러 개의 남의 당으로 갈라질 모양이다. 하긴 그 사람들 정권을 잡았을 때부터 당을 깨고, 만들고 했으니 당사자들은 별로 머리 아플 것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당을 쳐다보는 우리 국민들은 머리가 아픈 것이다. 우리 당도 아닌 우리당 때문에…

 

선도탈당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걸 보니 후도탈당도 있을 모양이고, 부화뇌동탈당도 곧 일어날 모양이다. 30명이라는 둥, 40명이라는 둥, 여러 숫자들이 신문 헤드카피를 장식하는 걸 보니 나름대로 결단(決斷)의 시기가 도래(到來)한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그래서 떠오른 한 생각. 아하! 저 우리가 그 우리였구나. 여당이라는, 정권이라는 울타리…

 

이제 그 울타리가 걷어지는 기미가 보이니 자연스럽게 나가야겠지. 그럼 열린우리당은 우리 열린당? Open Fence Party, Open Cage Party… 

 

2007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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